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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조삼모사 '최저임금' 명세서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9 08:48

수정 2019.02.19 08:48



#1.개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A씨는 2018년 월급여가 총 175만원(기본급 165만원,식대 10만원)이었다. 여기서 세금과 보험금을 제외하고 164만원을 손에 쥐었다. A씨는 올해는 최저임금이 17만원 넘게 올라 월급이 좀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1월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니 식대항목은 사라지고 기본급이 175만원으로 돼 있었다. 더 황당한 건 비과세였던 식대가 기본급으로 전환되면서 세금 4만원이 추가돼 실수령액이 159만원으로 되레 줄었다.

#2. “원래 기본급 158만원을 받았는 데요. 올해는 기본급이 오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는 데 회사에서 아무런 통보나 근로계약 변경 없이 휴일근로수당을 8시간으로 바꾸고 추가근로수당을 12시간으로 바꿔서 줬네요. 월급은 1원도 오르지 않고 그대로인 상태고요. 회사가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수당을 줄이고 기본급에 수당을 옮겨 지급하는 방법으로 임금을 동결했습니다.
몇몇 직원들은 영문도 모르고 당했습니다.”
최저임금제 무색케 하는 '수당 갑질' 난무
비영리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15일 신원이 확인된 최저임금 관련 제보 19건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 18일 내놨다. 조사결과 식대, 근속수당 등 각종 수당을 삭감·산입하는 ‘수당삭감 갑질’이 6건(31.6%)으로 가장 많았다.고정휴일·연장근로수당 일방 삭감이 5건(26.3%)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포괄임금제가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악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다. 연·월차 수당의 경우 휴식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따라 포괄임금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2019년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 월급 174만 5150원(209시간 근로 기준)으로 2018년 월급 157만 3770원에 비해 17만 1380원이 인상됐다. 당연히 근로자 월급도 17만원이상 인상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에서 조사 대상 업체들은 월급을 단 1원도 올리지 않았다.

또 '직장갑질119'가 제보받은 한 회사의 월급 명세표를 분석했는데,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근로자 1인당 4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이 회사는 포괄임금제라며 2018년에도 175만원, 2019년에도 175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고정휴일근로인 8시간 분 10만원, 고정연장근로 12시간 15만원, 식대 15만원을 더하면 회사는 215만원을 지급했어야 한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정부는 최저임금법을 개악해 직장인 호주머니를 털어가고, 회사는 불법 포괄임금제로 지갑을 털어가는 나라가 됐다"고 개탄했다.

■상여금 매월 지급, 최저임금 인상 부담 회피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룹 계열사인 한 급식업체는 2019년 1월 격월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일방적으로 매월 지급했다. 이 업체가 상여금 월할(월별로 나눠 계산)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인상분은 직원 8000명 기준으로 매달 13억7100만원, 연 164억원이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각종 수당, 상여금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지급하지 않는 임금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론적으로는 상여금을 매월 지급할 경우 내년 최저임금이 10만원 올라도 이 업체 역시 단 한 푼도 월급을 올려주지 않아도 된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상여금과 식대, 교통비를 기본급에 포함시키면서 황당한 '문재인표 월급명세서’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 1일 출범한 비영리 사회단체로 15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오픈카톡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접수된 제보는 총 2만 2810건으로 하루 평균 62건에 달한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산업·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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