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미터기도 안바꾼채 요금부터 올라..추가요금 찍느라 승객도 기사도 불편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7 17:28

수정 2019.02.17 17:28

서울 택시요금 인상 첫날
인상폭 성에 안찬다는 기사들 "사납금 올라 내 돈 아니야"
한번에 너무 올랐다는 손님들 "승차 거부·난폭 운전 여전한데"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첫날인 지난 16일 서울 시내에서 한 택시가 뒷좌석에 요금 조견표를 비치한 채 운행하고 있다. 사진=최재성 기자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첫날인 지난 16일 서울 시내에서 한 택시가 뒷좌석에 요금 조견표를 비치한 채 운행하고 있다. 사진=최재성 기자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첫날인 지난 16일,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 택시가 분주하게 오가는 곳에서는 택시기사와 이용객들이 혼란을 겪는 모습이 이어졌다. 약 7만2000대인 서울 택시 중 인상된 요금을 미터기에 반영한 택시가 거의 없어서다. 이날 서울에서는 요금이 인상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택시를 탔다가 뒤늦게 추가 요금을 내게 돼 황당함을 표하는 승객도 있었다. 시민들은 택시에서 하차한 뒤 요금 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택시 기사들도 헷갈린다는 반응을 전했다.

■"미터기는 그대로"…혼란 이어져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 기본 요금은 지난 16일을 기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18.6% 인상됐다. 거리요금과 시간요금도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 대부분의 택시는 미터기에 기본 요금 3000원이 표시된 채 달리고 있었다. 서울시가 미터기 교체 작업을 시작했지만 3월 말은 돼야 완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택시는 새 요금 환산액을 적은 A4용지 크기의 2매 짜리 '요금 변환표(조견표)'를 비치하고 있었다. 미터기에 요금이 찍히면 기사가 단말기에 추가 요금을 손으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었다. 일일이 변환표를 보고 입력해야 해 카드 결제까지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이 같은 방침에 택시 기사와 이용객 모두 혼란을 호소했다. 한 택시기사는 "이날 추가 요금을 받아야 하는데 요금이 헷갈려 두 팀의 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뻔 했다"며 "탑승객이 뒤늦게 말해 줘 제 요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택시 기사 김모씨(58)는 "추가 요금을 입력하기도 전에 티머니 카드를 찍으려는 승객들이 몇 차례 있어 안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승객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택시 요금이 9000원 나왔다는 신모씨(24)는 "추가 요금으로 1300원을 냈다"며 "요금이 오른지 모르고 있다가, 내릴 때가 돼서야 택시 기사가 추가 요금이 있다고 말해 바가지 쓴 기분도 조금 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을 찾았다는 김모씨(35)도 "처음부터 택시 요금이 올랐다고 말해주지 않아 헷갈렸다"고 전했다.

■"서비스도 개선"vs"인상 폭 낮아"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승객들과 택시 기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시민들은 최근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 등 업계에 대한 논란과 요금 인상이 겹치며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이모씨(34)는 "카풀앱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가 이용객들의 선택지는 줄어드는데 이렇게 택시비만 대폭 올리는 건 이용객들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평소 일주일에 최소 3~4회는 택시를 이용했지만, 앞으로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택시를 찾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대 강북구에서 영등포구까지 택시를 이용한 김모씨(28)는 "물가도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르는 만큼 택시비 인상 자체에 대해선 불만이 없다"면서도 "다만 승차 거부, 담배 냄새가 끊이질 않는 차량 내부, 난폭 운전 등 서비스 질은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용객으로선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반면 택시 기사들은 인상 폭이 급격하긴 하지만, 택시 기사들의 근본적인 소득 개선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3년째 법인택시를 운행했다는 한 택시기사는 "지난해 말 사납금을 이런 저런 명목으로 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올렸다"며 "현재도 기본 월급에서 사납금을 채우고 있는 상황인데, 물가 상승률 수준도 안되는 인상으로 실질적 수익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20년간 개인택시를 운행해 온 김모씨(58)는 "LPG 값만 해도 (지난번 인상했던 2013년에는) 550원에서 최근에는 800원이 넘는다"며 "차값 상승 등 비용이 계속 늘어왔는데, 수익이 오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20년 전에는 기본요금이 800원이었는데, 해장국 한 그릇은 500원이었다. 그만큼 (택시 요금) 인상이 더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기사들은 요금 인상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택시 이용객이 당분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택시 기사 김모씨(57)는 "사실 카풀 도입 반대로 인해 택시기사들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택시비 인상은 특히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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