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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미 무역흑자 사상 최대… 트럼프 車관세 압박 커지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7 17:12

수정 2019.02.17 17:12

美 경제 성장세가 배경이지만 트럼프 통상압력 강화 확실시
獨 등 수출중심국·EU집행위는 美에 양보안·신속한 협상 원해
佛 등 농업국은 굴복 불가 방침
EU 대미 무역흑자 사상 최대… 트럼프 車관세 압박 커지나

유럽연합(EU)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 호황과 유럽경제 둔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상무부의 '수입자동차 안보 위협여부' 보고서가 제출 마감시한을 앞둔 상태에서 사상최대 무역흑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결정하는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자동차가 미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보고하게 되며, 트럼프는 이 보고를 토대로 90일안에 수입자동차에 관세를 매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상최대 무역흑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의 무역통계가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를 통한 대 EU 압박을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대미수출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수입은 증가폭이 훨씬 적어 사상최대 무역흑자를 냈다.
대미 수출은 2017년에 비해 8% 증가한 반면 미국으로부터 수입은 수출 증가폭의 절반에 불과한 3.9% 늘어나는데 그쳤다.

덕분에 대미 무역흑자는 2017년 1196억유로에서 지난해 1397억유로로 껑충 뛰며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과 함께 EU의 양대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 경기둔화를 겪으면서 EU로부터 수입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EU는 지난해 대중 교역에서 1840억유로 적자를 냈다. 사상최대 대미 무역흑자는 결국 지난해 미국의 '나홀로' 성장세가 배경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같은 사정을 감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정치적으로도 국경장벽을 둘러싼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으로 민감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압력 강화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지지부진한 양측의 무역협상에도 압력이 높아지게 됐다. 지난해 7월 미국과 EU는 백악관 회담을 통해 무역전쟁을 잠정 중단키로 하고 이후 무역협상을 진행했지만 이후 4차례 회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팽팽하게 맞서왔다.농산물을 협상 주제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여전히 논란거리고, 서비스·제약·화학·의료기구 등 교역개선을 위한 규제협력에서도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다.

■적전 분열 EU

무엇보다 다음달초 워싱턴에서 5번째 회담이 열리지만 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에 EU가 분열하면서 EU 내부의 교통정리도 안 된 상태다. 지난해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대응에서 분열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우선 EU 집행위원회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수출중심 국가들은 미국과 협상을 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장 클로드 융커 위원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와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는 EU 집행위는 회원국들에 관세인하와 규제완화를 통한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집행위는 미국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회원국들이 신속히 동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수출국들 역시 집행위와 같은 생각이다. 트럼프가 보복에 나서기 전에 신속하게 양보안을 내놓고 협상에 나서자는 입장이다.

반면 EU의회와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농업국들은 생각이 다르다. 같은 EU 기구이지만 EU 의회는 위협 앞에 굴복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EU의회의 국제교역위원회(ITC)는 19일 미국과 협상에 반대하는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을 놓고 통과시킬 전망이다. 위원회는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여전히 부과되고 있다면서 자동차 관세 협박에 또 다시 무릎 꿇어서는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EU 회원국들을 설득해 미국에 맞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EU 관리는 "과거 사례를 보면 EU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때 관세라는 뺨을 맞은 적이 있다"며 반대파의 논리에도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위협에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논리를 바탕으로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대응해 연간 200억유로 규모의 미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500억유로에 이르는 EU의 대미 자동차 수출에 트럼프가 관세를 때리면 가뜩이나 경기둔화에 직면한 EU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이때문에 EU는 보복을 경고하면서도 아직은 판을 깨지 말자는 입장이다.
다니엘 로사리오 EU 집행위 통상부문 대변인은 14일 "EU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신속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판을 바꾸지는 말자"며 대화를 촉구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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