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월드리포트] 하워드 슐츠의 험난한 대권 도전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5 17:26

수정 2019.02.15 17:26

[월드리포트] 하워드 슐츠의 험난한 대권 도전


내년 미국 대선까지 아직 약 21개월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에 도전하기 위해 민주당에서 현재까지 11명이 출마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벌써부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여성 상원의원인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와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이 가세했다. 트럼프 진영은 벌써부터 워런 상원의원을 포함해 일부 민주당 후보들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에 곧 들어갈 것으로 보도됐다.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후보 중 상당수가 부유층에 대한 증세, 연방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보편적 국민보험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사회주의 색채를 보이고 있어 민주당의 일부 중도 성향 지지자들은 내년 대선에서 특정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국정연설에서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것에 경계심을 드러내 내년 대선은 이념 싸움이 되지 않을까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인물의 대선 출마 여부를 민주당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로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로, 그는 지난 1월 말 CBS 방송 시사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에서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슐츠는 과거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으나 민주당이 지나치게 좌성향으로 기울어졌다고 비판하며 자신은 출마한다면 무소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슐츠는 벌써부터 워런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극단주의자' '미국적이지 못하다'라고 포문을 여는가 하면 민주당이 정부의 의료제도 장악과 무상 대학진학 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슐츠의 출마 가능성에 민주당에서 예민해지고 있는 것은 내년 대선에서 그에게 일부 지지표를 빼앗겨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화당 내 '트럼프 절대 반대'파들도 슐츠의 출마 가능성을 반기지 않고 있다.

에머슨대 조사에서 슐츠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경우 큰 표 차이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데일리와이어의 설문조사에서는 공화당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무소속 제3 후보에게 지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 소속이 아닌 후보가 당락을 좌우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지난 1992년 대선에서 미국의 일자리가 멕시코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반대를 내세웠던 텍사스주 억만장자 로스 페로는 한 명의 선거인단도 확보하지 못했지만 19%의 득표율을 얻어 재선을 노리던 조지 HW 부시의 지지표를 상당수 빼앗아가면서 빌 클린턴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 대선에서 녹색당 소속 랠프 네이더는 승패를 좌우한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표를 잠식, 조지 W 부시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이런 것을 볼 때 민주당에서는 슐츠의 출마를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비록 슐츠가 현재 스타벅스의 CEO는 아니지만 원두만 팔던 작은 매장에서 오늘날 세계에 2만800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주인공이기에 진보성향 지지자들 사이에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의 스타벅스 매장 중 상당수가 진보성향 유권자가 많은 곳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슐츠는 2년 전 트럼프의 이슬람 국가 주민 입국금지 조치에 반발해 전 세계에서 난민 1만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가 보수층들로부터 불매 위협을 받기도 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글로벌콘텐츠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