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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칼럼] 자유한국당은 구제불능인가

뉴스1

입력 2019.02.14 14:58

수정 2019.02.14 14:58

이광형 충북세종 본부장.
이광형 충북세종 본부장.

여권 실정에도 견제력 부재…5·18망언으로 국민적 공분 자초
당 지도부 지도력 상실…전당대회서 미래 위한 선택 안하면 '폭망’

(충북ㆍ세종=뉴스1) 이광형 기자 =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당 대표 선거를 위한 전당대회를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몰락한 ‘보수 재건’의 희망은커녕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내로라 할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마저 리더십 부재 상태다보니 새 출발을 다짐하는 전당대회가 도무지 시선을 끌지 못하고 '흥행'은 바닥을 칠 기세다. 또다시 당을 망친 친박 논쟁과 지역주의 프레임으로 극우이념에 중독된 지지층을 더욱 흥분시키며 국론분열의 진영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그나마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홍준표 전 대표를 필두로 정우택·심재철·안상수·주호영 의원 등이 승산이 안보이자 전당대회 연기 요구 불발을 명분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가 대결하는 ‘반당대회’로 전락했다. 말로만 나라 걱정이고 선당후사이지 그들에게서는 총선 공천을 위한 ‘자기 정치’만 보인다.


일부 후보의 ‘의리보다 국민, 국민적 선택인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고 미래로 가자’는 희망적 호소는 아직도 ‘탄핵’ 통한으로 냉정을 찾지 못한 당원들의 마음을 사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이대로라면 결국 보수 재건은 ‘죽은 자식 살아오길 기다리는 꼴’이 될 것 같다. 그것도 자신들의 능력이 아닌 집권층의 헛발질로 굴러온 기회인데 감당할 능력이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북한군 개입 폭동’ 망언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극우세력과 특정 지역의 지지를 겨냥한 이들 발언은 혈세를 받으며 특권을 누리는 공당 소속 의원으로서 금도를 벗어난 자유민주주의를 능멸한 작태로 지탄을 받고 있다.

5·18은 이미 1995년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정권 시절 ‘광주민주화운동특별법’과 신군부의 국헌문란 행위에 대한 저항운동이란 국민적 동의를 거쳐 ‘민주화운동’으로 정리된 역사적 사안이다.

한심한 건 국민적 공분을 사게 해 여야 정치권 모두 이들의 정치권 퇴출을 요구하는데 이에 대한 한국당 지도부의 안이한 인식과 저급한 대처 능력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역사적 해석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는 해명에 이은 유감 표명과 임기를 보름여 앞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남의 당 일을 가지고 왜?’란 입장 표명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13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당 윤리위에 셀프징계를 요청하고, 숨바꼭질 회의 끝에 낸 결론은 이종명 의원만 제명하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징계 유예였다. 전당대회 흥행과 태극기부대 등 극렬 지지층의 반발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이는데 이는 특정세력과 지역정당임을 자처한 것으로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지도부가 이처럼 돌발사태 대응력이 떨어지는데다가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헛손질을 하고 있는 판에 제1야당으로서 어떻게 표를 먹고사는 정치를 하겠단 말인가.

앞서 한국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은 선수를 심판으로 기용한 전형적인 ‘캠코더’인사"라며 벌인 대여 투쟁도 그들은 저항일지 모르나 일반 국민에게는 배부른 자들의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치 영혼 없는 ‘관제 데모꾼’과 같은 모습이다.

이 정권 출범 이후 그들을 괴롭히는 ‘적폐청산’은 차치하고라도 소상공인과 영세업자, 취약계층, 청년실업자 등을 어렵게 하는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한국당의 대응도 ‘대안 없는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집권시절 가장 저주하던 ‘반대를 위한 반대’ 수준,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더구나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적자국채 발행 의혹 폭로, 손혜원 의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서영교 의원 재판 청탁 의혹 등 폭발력이 큰 의혹에 대한 대여 공세는 무기력 그 자체다.

이처럼 넝쿨째 굴러온 여권 발 호재에도 한국당은 정국주도권을 잡기는커녕 여권의 ‘내로남불’ 대응에 속수무책이다. 견제세력으로서 존재감이 없다.

여기에 문제 제기와 투쟁력을 갖춘 시민단체마저 현 정권의 묵시적 지지세력이 되다보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없고 분열된 한국당은 더욱 힘이 빠진다. 결국 극렬 지지층과 보수언론만 바라보며 ‘대리 싸움’을 해주길 기대하는 형국이다.

하기야 소속 의원 112명 대부분이 출생부터 지금까지 비단길만 걸어오거나 개천에 용이 된 뒤 특권을 누려온 ‘온실정당’인 한국당의 정치인들에게 사즉생의 결기로 불의와 권력에 저항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이런 여권 공세의 호재를 만났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가장 먼저 청와대와 국회, 검찰청사로 몰려가 ‘진상규명 공정수사’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을 것이다. 주말과 휴일엔 광화문을 찾아 촛불을 들고 대국민 폭로전과 함께 정권을 압박했을 것이다.

경제실정과 부정폭로 궁지에 몰렸던 여권은 이제 5·18망언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을 잡고 오는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까지 한국당을 ‘국정 발목잡기’ 무능정당으로 몰아붙이는데 당력을 집중할 것이다.

한국당이 이를 견제하려면 빨리 5·18 망언자들을 포함한 당내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데 국민의 눈높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솜방망이 징계로 흉내만 냈다. 제 몸의 암 덩어리를 제거하지 않고 어떻게 정상의 몸으로 회복할 것이며 권력과 혈투를 벌이겠는가.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한국당은 개혁의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것 같다.
결국 이 나라와 보수 재건을 위해서는 당원과 국민이 나서야 한다. 그날이 27일 치러지는 전당대회다.


이날 국정농단의 과오는 잊은 채 계파싸움을 부채질하는 잔재세력과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구태정치인을 ‘퇴출 응징’하는,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실낱같은 기대를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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