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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사회보장 비전은 혁신보고서가 되어야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3 17:20

수정 2019.02.13 17:20

[fn논단] 사회보장 비전은 혁신보고서가 되어야

정부는 지난 12일 2023년까지의 사회비전을 제시하는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삶의 만족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 2040년에는 10위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 고교무상교육, 고용보험 확대,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해소, 병원비 부담 3분의 1로 경감,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강화해 서비스 중심의 복지 확대와 아울러 일자리 확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른바 '헬 조선'을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했던 현 정부의 최근 2년간 사회지표에 대한 성적표는 거의 과락 수준이다. 2019년 1월 고용지표를 보면 실업률은 4.5%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명시적 실업자 수만 122만명을 넘었다. 대표적 분배지표인 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 5분위 배율도 5.52배(2018년 3·4분기 기준)로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관적 국민 행복지표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층, 지역, 젠더 등 사회갈등은 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대, 30대 연령계층의 희망지표라고 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도 2018년에는 0.97로 역사상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을 2014년 9.6%에서 2018년에는 11.1%로 확대했음에도(증가속도 OECD 국가 중 1위) 사회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보장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복지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경제사회 여건이 앞으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보장의 근본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제시된 정부계획은 이런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대응전략은 보이지 않고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전이 비전으로만 머물고, 구체적으로 얼마나 실현될 것인지 우려된다. OECD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현재 복지제도를 유지해도 2060년쯤에 이르면 우리의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GDP의 약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노인인구비율이 20%가량인 프랑스, 독일, 스웨덴의 복지지출 수준인데 노인인구비율이 40%가 되는 2060년쯤에 GDP의 30%를 지출한다 해도 이들 복지선진국의 절반가량밖에 되지 못하는 한국적 특수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미래플랜의 중점이 돼야 한다.

서유럽이나 북유럽의 복지시스템을 단순 답습해서는 우리 미래는 일본 같은 복지 한계상황에 벗어날 수 없다. 일본은 이미 OECD 국가 복지지출의 평균 수준에 도달했지만 유엔의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른 행복도 순위는 54위로 우리나라의 57위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복지시스템 전반을 비용효과적으로 개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지출을 확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복지수요자 입장에서 복지제도 전반을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혁신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현재의 복지체계에 얽혀 있는 기득권을 재조정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 그렇게 노력해도 진전되지 않는 규제개혁과 같이 쉽지 않다.


미래비전으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도 좋지만, 장래 대한민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확신시킬 수 있는 사회보장 혁신보고서를 제시하는 것이 지금 국가가 할 일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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