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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처음부터 체면 구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2 15:59

수정 2019.02.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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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가 시작부터 체면을 구겼다. 남양유업에 배당 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지만 남양유업이 이를 거부하면서다.

남양유업은 지난 11일 "배당을 확대한다면 늘어난 배당금의 50% 이상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돌아간다"며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고자 낮은 배당 정책을 유지해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실제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으로 지분율이 51.68%에 이른다. 또 특수관계인(2.17%)의 지분까지 더하면 사주 일가 지분이 53.85%나 된다.

남양유업은 "지분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의 주장을 반박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의 요구대로 정관 개정에 나서더라도 3월 주주총회에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지분 절반이 넘는 대주주가 반대하면 통과는 불가능하다. 결국 비판의 시선은 국민연금에 모아진다. 2200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전문성 없는 주주제안으로 불신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에 대해 주주권행사를 하려면 정관변경 대신 차라리 역량 있는 감사 선임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다른 회사들에 대해서도 단순히 배당 문제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기업지배구조 문제나 사회·환경적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가진 국내 기업만 300곳에 이른다. 덩치가 큰 국내 상장사에는 대부분 투자했다는 의미다. '연못 속 고래'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다. 관리해야 할 기업은 많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인력난은 심각하다. 본사가 전북 전주로 이전한 뒤 인력이탈이 늘어나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에 꼽힐 정도로 덩치가 커지만 수익률은 꼴찌 수준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비중이 65% 이상으로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늘리기 위한 대안은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연금 고갈시기를 몇년 늦출 수 있다.

이참에 국민연금은 배당을 적게 주고 실적 기대치가 낮은 기업을 솎아내는 등 종목 다이어트에 나서야 한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팔았다는 소식만으로도 해당 기업에는 큰 경고가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국민연금 움직임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금융·증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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