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재판에… 檢과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1 17:27

수정 2019.02.11 17:27

수사 착수 239일만에 구속기소.. 前 사법수장 피고인으로 법정 서
법원, 재판부 배당 과정에서부터 공정성 시비 차단방안 두고 고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서동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서동일 기자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지 239일만이다. 전·현직을 통틀어 사법부 수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처음 법정에 서는데다, 법리적 쟁점이 첨예한 사안이어서 법원은 배당 과정에서부터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방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수사 착수 239일만에 기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 전 원장을 기소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의 큰 줄기를 3가지로 분석했다.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법원 위상을 키우는 과정에서 벌인 불법행위 △사법부를 비판한 법관들에 대한 탄압 △사법부 보호를 위해 재판에 개입한 점 등이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 지원을 받아낼 목적으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재판개입을 실행했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를 견제할 목적으로 파견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사건 및 동향을 수집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결과 양 전 원장에게는 사법부를 비판한 법관들에 대해 문책성 인사조치한 혐의도 적용됐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저지하고 와해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양 전 원장은 사법부 정책 추진을 위해 법관 비위를 은폐하거나 축소시켜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밖에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3억5000만원을 격려금으로 임의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6월 검찰은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첫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24일 양 전 원장은 구속됐다. 검찰은 박병대(62), 고영한 전 대법관(64)도 함께 기소했다. 박 전 대법관은 상당수 혐의사실은 양 전 원장과 겹치지만, 서기호 전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 개별적 혐의가 적용됐다. 고 전 대법관에게는 옛 통진당 관련 행정소송에 개입하거나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를 은폐하기 위해 형사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 등이 적용됐다.

■법관 인사 등 겹쳐 배당 난항

양 전 원장은 설 연휴 마지막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에 후배 판사들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발언한 진술의 신빙성을 놓고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대해 양 전 원장 측은 일선 법원의 재판에 관여할 권한 자체가 대법원장에게 없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커 법리다툼도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양 전 원장 사건은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분류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의 협의를 거쳐 무작위 전산 배당을 통해 재판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양 전 원장의 사건을 맡을 수 있는 형사합의부는 총 16곳이다. 이 중 21·25·32부는 인사 이동, 24·28부는 퇴임 법관, 23·30부는 사무분담변경이 있어 배당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또 31부·33부 재판장인 김연학·이영훈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고, 27부 재판장인 정계선 부장판사는 법관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로서 조사를 받은 바 있어 제척대상으로 점쳐진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관이 사건의 피해자이거나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제척·기피 대상이 된다.


이미 임 전 차장의 사건을 심리 중인 36부도 업무량이 많아 추가 사건을 맡기엔 버거운 상황이다. 남은 형사합의 재판부는 22부(이순형)·26부(정문성)·29부(감성수)·34부(송인권)·35부(박남천)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34·35부는 사법농단 사건을 앞두고 관련자들과 기존 재판부 간 연고관계 등에 따른 회피나 재배당의 경우를 대비해 만든 신설 재판부인 만큼 배당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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