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는 반복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1 17:21 수정 : 2019.02.11 17:21


"아무리 비싸도 비관론을 사라. 속으면 안된다. 원래 낙관론이란 공짜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류를 잇는 일본 팝 문학 대표작가로 알려진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돌풍'의 한 구절이다. 기자도 비관론에 베팅하는 쪽이다.
예를 들어 한국팀의 A매치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는 한국팀이 지는 쪽에 베팅한다. 한국팀이 이기면 그것대로 기분 좋고, 한국팀이 지면 내기에선 이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까지 약 한 달간의 긴박한 상황을 다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자축하고 대한민국 최고 경제호황을 자랑하던 그때 국가부도의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고, 미국 등 해외투자자들이 자금을 뺀다. 위기 조짐을 눈치 챈 유아인(윤정학 역)은 국가부도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결심하고 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한다. 2000원 '가즈아'를 외치며 800원에 달러를 사들이고, 값이 떨어진 서울 아파트를 헐값에 통째로 사들인다.

영화의 결말은 알려진 그대로다. 부실 금융사 폐업, 빚을 갚지 못한 대기업 그룹의 해체와 이로 인한 대량 실직, 자살률 급증, 해외 금융사와 투기자본의 국내시장 진출 및 부도기업 헐값 인수 등등.

IMF 신청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의 후일담도 인상적이다. 구제금융 신청을 주도했던 정부 관료는 투자사와 금융사의 대표가 돼 호의호식한다. 유아인은 60분 점심에 500만원, 90분 저녁에 1000만원 상담료를 받는 투자전문가가 돼 또 다른 위기에 베팅한다. 국가부도 위기를 최초로 정부에 보고했던 김혜수(한시현 역)는 한국은행을 떠나 독립한다. 그런 김혜수에게 기획재정부 관료 2명이 찾아와 또 다른 위기를 전망한 보고서를 건네며 도움을 청한다.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부실대출 증가, 서울 부동산 하락 등등. 영화는 당부한다. "위기는 반복된다."

민간 기업이 위기에 대응하면 비용이 든다. 보통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한다. 국가 경제는 좀 다르다. 비용이 좀 늘더라도 더 안전한 것이 낫다. 아무리 비싸도 비관론을 사야 하다는 의미다. IMF는 낙관 속에 왔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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