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 경찰 100주년, 국민의 경찰이 되기를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1 17:21

수정 2019.02.11 17:21

[여의도에서] 경찰 100주년, 국민의 경찰이 되기를

'국민의 경종이 되소서.'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장이다.

이는 1947년 백범 김구 선생이 경찰 기관지인 '민주경찰' 창간호에 쓴 휘호 내용이다. 당시 김구 선생은 창간호에 '자주독립과 민주경찰'이라는 제목으로 축사를 기고하면서 "민주경찰의 정신을 함양하고 상식 및 문화수준을 향상시키며, 애국안민의 신경찰이 될 것"을 당부한다.

사실 백범과 경찰이라는 두 명사의 관계는 다소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어느 관계보다 긴밀하다. 1919년 4월 임시정부 수립 후 김구 선생은 당시 내무총장이었던 도산 안창호 선생에게 "정부가 생기면 정부의 뜰을 쓸고 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며 청원했다고 한다.
이에 안창호 선생이 김구 선생을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으로 임명했다. 경무국장은 지금의 경찰청장으로, 김구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의 경찰청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경찰은 올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경찰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었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찰의 날' 행사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정책의 일환이다.

특히 경찰은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팀'을 별도로 꾸리는 등 작업을 통해 임시정부 시절 경찰 역사와 독립군 출신 경찰관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임시정부 경찰의 후손 경찰관들과 함께 중국 내 임시정부 유적지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왜 그동안에는 알려지지 않았을까, 왜 이전에는 이런 중요한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우리나라 경찰이 지니고 있는 '일제경찰'이라는 주홍글씨와 관련이 깊을 것이다.

임시정부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경찰은 항상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이 때문에 광복, 6·25전쟁, 군부독재 등 중요한 역사의 변곡점에서 경찰은 말 그대로 '흑역사'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특히 반민특위의 실패로 일제경찰이 해방 후 경찰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일제 때부터 광복 때까지 경찰의 역사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역린과 같이 인식됐다.

이 때문에 임시정부 경찰과 독립군 출신 경찰관을 발굴하는 최근의 작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찰역사를 발굴하고 그 공적을 찾겠다는 말은 반대로 그동안 외면하며 모른 척했던 그 시절의 과오도 직시하겠다는 뜻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경찰관들은 아직까지도 '왜 굳이 아픈 손가락을 꺼내 보여야 하나'라며 부정적 시각도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수사권 조정이나 자치경찰제 등 현안을 앞두고 자칫 이런 부분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년간 국민을 지켜온 경찰'이라는 말이 주는 신뢰감이 그런 부정적 인식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경찰 조직체계를 선진화해야 할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일침이 너무나도 생각이 나는 요즘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100년을 함께한 경찰이 갖는 의미는 그 어느 말보다도 강력하다. 시기는 어느 때보다도 무르익었다.
긍정적 역사는 제대로 소명하고, 부끄러운 역사는 담담하게 성찰함으로써 경찰이 국민의 경종으로서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사회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