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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첫발 뗀 규제샌드박스, 더 과감하게 풀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1 17:10

수정 2019.02.11 17:10

수소차 충전소 일부만 승인
혁신의 실험장으로 키워야
규제 샌드박스 첫 사례로 국회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근에 문화재가 있는 현대차그룹 계동사옥은 문화재위원회 등 소관 기관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려 당장 충전소를 설치할 순 없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차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회를 열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마크로젠, 제이지인더스트리, ㈜차지인 등 4개 기업이 낸 특례요청에 대한 첫 심의를 실시, 현대차가 요청한 수소충전소 5곳 중 3곳을 즉시 승인하는 등 '규제 샌드박스' 첫 사업을 승인했다. 나머지 3개 기업이 제출한 특례 요청도 모두 받아들여 이들 기업은 그동안 각종 규제에 막혀 추진하기 어려웠던 사업을 즉각 실행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신속히 출시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수 있는 제도로 큰 기대를 모아왔다. 선(先)허용·후(後)규제 방식으로 우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업계의 기대와 관심도 높았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첫 승인은 이제 본 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열린 마음으로 '혁신의 실험장'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정부의 굳은 의지도 읽힌다.

그러나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충전소 설치가 조건부 승인에 그친 것은 다소 아쉽다. 우리 문화유산인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문화재 보호가 전가의 보도가 되어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갖는 혁신의 의미를 살려내기 어렵다. 수소차 보급에 적극적인 선진국도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파리는 세계적 관광지인 에펠탑 인근 알마광장에, 일본은 도쿄의 랜드마크인 도쿄타워와 인접한 곳에 수소차 충전소를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일 규제 샌드박스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해가 없는 사안이라면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달라"면서 "규제 샌드박스 1호 승인을 계기로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화수분처럼 솟아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주문이 산업 전반에 따뜻한 햇살이 되어 퍼져나가기 위해선 더 과감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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