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 8개월 대장정…방탄법원 뚫고 몸통 잡았다

뉴스1 입력 :2019.02.11 17:05 수정 : 2019.02.11 17:05




작년 6월 이후 잇단 영장기각에 '저인망 전략' 선택
박병대·고영한 영장기각 난항…양승태로 직진 활로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검찰이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2기)을 재판에 넘기기까지 8개월 동안 이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에도 검찰이 저인망 전략으로 '최고 윗선' 혐의 입증에 주력하면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양 전 원장이 구속된 후 구속만기일을 하루 앞둔 날이다.
검찰이 지난해 6월 사법농단 사태를 겨냥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여만인 220일 만에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심사대에 서야했다. 전직 사법부 수장 출신으로는 헌정사상 최초의 구속이었다.

사법농단 사태의 시작은 2017년 3월 대법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저지를 거부한 한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언론보도였다. 이후 법원은 3차례에 걸쳐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결론은 일부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으나 '법관 블랙리스트'나 인사 불이익은 없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8년 6월15일 '수사 적극 협조' 방침을 밝힌 데 따라 같은 달 18일부터 본격 수사에 나섰으나, 초반부터 법원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었다.

법원 조사자료 및 인사자료 제출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여기다 의혹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구속영장이 줄기각되며 '방탄법원'이란 비판도 일었다.

잇따른 영장 기각에 검찰은 속도전을 포기하고 전현직 법관 수십명을 상대로 한 저인망 전략을 택했다. 이를 통해 사법농단에 해당하는 정황을 여럿 확보한 검찰은 '임종헌 USB'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문건 등을 통해 혐의사실 입증 토대를 일궜다.

이 문건엔 김앤장 측 한상호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이 독대해 대법원이 강제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계획 등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검찰 수사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9월18일 대법원 기밀자료를 빼낸 혐의 등으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에 대해 청구한 '사법농단 첫 구속영장'은 같은달 20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해 10월27일에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상대로 '사법농단 1호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탄력을 받는 듯했던 수사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으로 또 주춤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는 대신 이들을 건너뛰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진했다. 수사 장기화 부담과 함께 박·고 전 대법관을 겨냥한 영장이 연거푸 기각될 경우도 감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 수장으로 모든 보고·결재라인의 최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통해 정면돌파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두 전직 대법관 영장이 기각된 뒤 한달여간 전현직 법관 수십명을 다시 조사했다. 현직에 있는 이동원 대법관 상대 서면조사도 이뤄졌다.

결국 법원은 지난달 24일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양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원장과 함께 다시 구속 심사대에 선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선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이날 박병대(62·12기)·고영한(63·11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양 전 대법원장의 공범으로 불구속기소 하고, 먼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은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기소는 구속만기에 따른 것이고, 이날 기소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추후 검토를 거쳐 추가로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달 내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나머지 법관들에 대해서 사법처리 기준을 세워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재판 거래'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현직 국회의원의 기소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더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수사팀 나름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판결 선고 시까지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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