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승태 前대법원장 구속기소…296쪽 공소장 47개 혐의(종합)

뉴스1

입력 2019.02.11 15:24

수정 2019.02.11 15:26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2.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2.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재판개입 등 47개 혐의…양승태 추가기소 가능성도
박병대·고영한도 함께 재판에…8개월 수사 마무리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손인해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재판에 넘겨졌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사법부 수장이 법대 밑 피고인석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 공전자기록등위작,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박병대(62·12기)·고영한(63·11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양 전 대법원장의 공범으로 이날 불구속기소하고, 먼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은 추가 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2017년 9월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를 위한 재판개입,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보호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구체적 혐의 사실은 47개로 공소장만 296쪽에 달한다.

먼저 상고법원 도입, 법관 재외공관 파견 등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청와대, 외교부 등 행정부의 지원을 받아낼 목적으로 Δ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Δ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Δ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다.

최고 사법기관 위상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기 위해 Δ헌재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수집 보고 Δ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 청와대를 통한 헌재 압박 Δ헌법재판소장 비난기사 대필 게재 Δ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 사건에 대한 재판개입 Δ대법원과 헌재에 동시에 계류된 매립지 귀속분쟁 관련 사건 재판개입 Δ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및 재판 재판개입(박 전 대법관) 등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2~2017년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을 비판하고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행동을 한 법관들에게 문책성 인사조치를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2017년 매년 정기인사에서 총 31명을 '물의야기' 법관에 포함해 문책성 인사조치를 검토하거나 부정적 인사정보를 소속법원장에게 통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고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 비판,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대법관 임명제청 비판 등 법원 내부망 게시판에 재판 비판 및 사회 현안에 관한 글을 쓴 법관을 상대로 문책성 인사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Δ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상 불이익 검토 Δ법원 외부 인터넷 법관 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 와해 시도 Δ대한변호사협회 및 회장 압박 Δ긴급조기 국가배상 인용 판결 법관 징계 시도 Δ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 개입 등 혐의가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조직을 보호할 목적으로 Δ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은폐·축소 Δ '정운호 게이트' 관련 판사 비위 은폐·축소 및 영장 재판개입 Δ집행관사무소 사무원 비리수사 확대 저지를 위한 수사기밀 수집 지시 Δ법관 비리수사 관련 영장청구서 사본 유출 지시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2014년 8월~2015년 12월 공보관실 운영비로 받은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고위간부에게 대법원장 격려금으로 지급한 혐의도 받는다.

2015년 3~6월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반발하고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자, 서 의원이 낸 '판사 재임용 탈락' 소송을 원고 패소로 종결하도록 담장 재판장에 요구한 혐의는 일단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만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1년 11월~2016년 2월 고교 후배로부터 형사사건 청탁을 받고 총 19차례에 걸쳐 후배의 형사사건 진행상황 및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등 형사사법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도 단독으로 받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기소는 12일 구속기간 만기에 따른 것이고, 이날 기소되지 않은 혐의에 관해 추후 검토를 거쳐 추가로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달 내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나머지 법관들에 관해선 사법처리 기준을 세워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다. 그동안 100여명의 법관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관부터 전현직 법관에 대한 사법처리 이후에는 '재판 거래'의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전현직 국회의원의 기소 여부에 관해 검토한다.
이들의 사법처리가 끝나면 8개월여에 걸친 사법농단 수사도 끝난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관련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에 투입됐던 서울중앙지검 특수 1·2·3·4부 검사들을 재판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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