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신뢰와 맞물린 양승태 재판…법원, 배당부터 고심

연합뉴스 입력 :2019.02.11 14:01 수정 : 2019.02.11 14:29

법관 인사와 겹쳐 배당 난항…20여년 이상 후배법관이 재판장 맡을 듯 양 전 대법원장, 혐의 전면 부인…치열한 법리공방 예상





사법신뢰와 맞물린 양승태 재판…법원, 배당부터 고심

법관 인사와 겹쳐 배당 난항…20여년 이상 후배법관이 재판장 맡을 듯

양 전 대법원장, 혐의 전면 부인…치열한 법리공방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검찰이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11일 구속기소 하면서 법조계의 시선은 사건을 넘겨받은 법원에 온통 쏠리고 있다.

전·현직을 통틀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재판인 데다, 법원 내부에서도 시각이 갈릴 정도로 법리적 쟁점이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권에서 특별재판부 도입을 요구할 정도로 이 사건이 태생적으로 공정성 문제와 얽혀 있는 만큼, 법원은 배당 과정에서부터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방안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통상 재판 배당은 검찰 기소 후 2∼3일 안에 이뤄진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도 기소 이튿날 배당이 이뤄졌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서울중앙지법 1심 형사합의 재판부는 총 16곳이다.

사건은 이들 재판부 중에서 전산 시스템에 따라 무작위로 배당된다.

'사법농단' 양승태 구속기소…헌정 사상 법정서는 첫 사법수장 / 연합뉴스 (Yonhapnews)[https://youtu.be/wfZBbl13Tag]

법원은 형사합의부 재판장 협의를 통해 소속 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연관성이 있거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재판장 등 제척 사유가 있는 재판부를 제외하고 무작위 전산 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원 인사철과 맞물려 재판부 배정을 논의하는 사무분담 회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단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형사합의부 재판장 중 일부는 이달 25일 자로 타 법원으로 발령이 난 상태이고, 근속 연수 2년을 채워 인사이동 대상인 재판장도 있다. 사무분담 회의 결과에 따라 재판부 수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재판부 소속 법관과의 연고 등을 따진다고 해도 배당에서 제외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 진용이 완성되지 않은 점은 또 다른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무작위 배당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후임 재판장이 정해지지 않은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해놓고 향후 사무분담을 통해 재판장을 정하게 되면 특정한 사람에게 사건을 맡기는 것이 돼 무작위 배당 취지와 맞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앞서 기소된 임 전 차장과 혐의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그의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에서 병합해 함께 재판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들이 주 4회 재판에 반발해 모두 사임해 첫 재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한 재판부에 지나친 부담을 안겨줄 수 있어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배당 결과가 어떻든 양 전 대법원장은 20여년 이상 후배인 법관에게 재판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어렵사리 배당을 마친 뒤에는 검찰과 변호인 간의 날카로운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범죄사실이 47개에 달하는 만큼 증거조사에서부터 한 치 양보 없는 법리 다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양 전 대법원장은 마지막 검찰 조사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후배 판사들의 진술이 거짓이란 취지로 주장하면서 전·현직 판사들이 대거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검찰과 진술 신빙성을 두고 다툴 가능성이 점쳐진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대한 법리 다툼도 벌어질 전망이다.

여러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두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일선 법원의 재판에 관여할 권한 자체가 대법원장에게는 없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도 앞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문제가 된 행위 대부분이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기획조정실장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으므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을 통해 정리되는 사실관계 하나하나가 양 전 대법원장의 유·무죄뿐 아니라 사법부의 신뢰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향후 재판의 진행상황에 법조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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