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해외건설현장을 가다] '코엑스 6.6배' 인도 최대 복합몰… 삼성, 신뢰 위에 기술 쌓다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0 17:10

수정 2019.02.10 18:03

1. 삼성물산 인도 뭄바이 다이섹 복합빌딩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인허가 까다롭고 대금 지연 잦아
삼성물산, 차별화 통해 공사 따내
컨벤션센터·공연장·오피스 등 7만5000㎡ 부지에 4개동 건설..공사대금 8억5000만弗 넘어
올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수주 실적 목표를 지난해 보다 높게 산정하고 있다. 전통 텃밭인 중동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올해 해외 수주액이 지난해 대비 5~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이 저가 물량 공세로 들어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건설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해외로 다시 눈을 돌려야한다고 말한다.
실제 중동 이외에 베트남,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 역시 기회가 많아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먹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발주처를 공략한다면 '건설 한류'를 일으키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건설사들 역시 과거 '묻지마 수주'에서 '알짜 프로젝트' 위주로 수주를 하고 있다. 해외 건설 부실도 크게 줄면서 수익성도 강화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며 건설 한류를 일구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글로 담아봤다.

[해외건설현장을 가다] '코엑스 6.6배' 인도 최대 복합몰… 삼성, 신뢰 위에 기술 쌓다

인도 뭄바이 복합문화단지인 다이섹(DAICEC) 내 1층 전시장 모습(위쪽)과 건설현장 전경. 1층 전시장의 경우 3개 층이 한 공간으로 높이가 18m나 되고 5t까지 견딜 수 있다.
인도 뭄바이 복합문화단지인 다이섹(DAICEC) 내 1층 전시장 모습(위쪽)과 건설현장 전경. 1층 전시장의 경우 3개 층이 한 공간으로 높이가 18m나 되고 5t까지 견딜 수 있다.


【 뭄바이(인도)=김민기 기자】 "인도 자체 진입 장벽은 없지만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인허가, 자금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과 사업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인도 현지 금융권 관계자)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 베트남, 태국 등과 함께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땅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한국 건설사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정부의 인허가도 까다롭고 발주처의 공사 대금을 제때 받기도 쉽지 않아 수익을 내기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곳 인도에서 초고층 타워, 복합개발 프로젝트 등 굵직한 사업을 수주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중국이 저가 수주로 독식하고 있는 해외건설시장에서 기획이나 기술 차별화를 통해 발주처의 신뢰를 얻어 사업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인도 최대 복합문화단지 건설

지난달 22일 방문한 인도 뭄바이 복합문화단지인 다이섹(DAICEC, Dhirubhai Ambani International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re) 건설 현장 역시 삼성물산의 차별화된 전략과 높은 신뢰를 통해 수주한 곳이다. 다이섹은 인도 최대 경제 도시인 뭄바이의 중심부이자 최대의 금융 중심지인 반드라 쿠를라 콤플렉스(BKC) 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 에너지 인프라그룹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발주했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에너지, 화학, 인프라, 통신, 전력, 금융, 유통 등 주요 7개 산업분야 121개 자회사를 운영하는 인도 최고의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에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케시 회장의 자산은 50조원으로 인도 1위, 세계 19위의 부호다. 다이섹은 선대 회장인 디루바이 암바니의 이름을 딴 것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호암 아트홀과 비슷하다. 향후 이름을 릴라이언스의 핵심 사업인 통신 사업에 쓰이는 지오(JIO)를 붙여 지오 월드 센터로 바꿀 예정이다.

이날 방문한 다이섹 현장은 임시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 인도 정부의 소방 준공 검사를 받느라 분주했다. 오는 3월 9일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장남이자 이샤 암바니의 쌍둥이인 아카시 암바니의 결혼식과 피로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혼식엔 미국 밴드 '마룬 파이브'를 비롯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도 다시 한 번 결혼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전 세계 정·재계 인사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올 예정이라 삼성물산 역시 막바지 공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실제 이곳은 인도 최대 초대형 복합 문화시설로 만들어진다. 7만5000㎡ 부지에 컨벤션센터, 전시관, 공연 극장, 오피스, 백화점, 레지던스호텔, 쇼핑몰 등 복합 문화시설 4개 동을 짓는다. 한 변의 길이가 400m가 넘고, 부지가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의 1.6배, 코엑스몰의 6.6배에 이른다. 인근에 공항이 위치해 고도 제한으로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전체 면적이 23만평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 대형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 뭄바이에서 향후 다이섹은 인도를 대표하는 유명 컨벤션센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80%정도 진행됐지만 발주처의 설계 변경 요청으로 현재 아파트 공간은 레지던스 호텔로 재설계되면서 완공이 좀 미뤄질 전망이다.

다이섹 현장소장인 엄성용 상무는 "1층 전시장의 경우 3개 층이 한 공간으로 높이가 18m나 되고 5톤까지 견딜 수 있어 중장비 전시회도 가능하다"면서 "3층에는 다목적홀이 있어 국제 회의, 패션쇼를 비롯해 보석 등 하이엔드 전시회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들어서는 쇼핑의 중심지, 뮤지컬, 연극 등 유명 작품이 연출되는 인도의 대표 문화시설로 거듭날 전망이다.

엄 상무는 "한국으로 치면 예술의 전당과 코엑스가 합쳐진 것으로 인도에서 제일 큰 복합 문화시설"이라며 "앞으로 각종 영화제, 시상식 등도 진행되고 인도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차별화해 발주처와 수의계약

이 프로젝트의 공사 계약금은 6억7800만달러에 달한다. 설계변경 등을 고려하면 총 공사 계약 금액은 8억50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단일 건축 공사 금액으로는 삼성물산에서 한 공사 중 제일 큰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다른 공사와는 달리 비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주처가 먼저 삼성물산에 사업 참여를 제안했고, 삼성물산은 공사 전 전체 사업에 대한 사업기획 및 타당성 검토, 공기산정, 예산 산출 등의 '프리콘(precon) 서비스'를 제공해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 역시 발주처가 직접 자재를 사서 제공하는 직계약이 있어 세금을 적게 내 공사비 손해가 덜하다.


엄 상무는 "인도가 민주주의가 발달하다보니 사업 인허가를 할 때마다 담당 공무원과 토론하고 설득해야 돼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디다"면서 "현재 발주처는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고 공사비도 직접 사용하는 만큼 제공해주는 계약이라 사업 자체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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