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톡]

화웨이 vs. 反화웨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8 16:58 수정 : 2019.02.08 16:58



시장에서 경제논리와 이념논리가 치열하게 붙으면 어느 쪽이 이길까.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 입찰에서 중국 화웨이를 배제하는 움직임이 이 같은 질문에 부합하는 대표적 사례다.

국가안보를 앞세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세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이후 미국 동맹의 세 확장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본격적으로 반화웨이 동맹에 가세한 형국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양국 정상 간 빅딜로 접점을 찾아가는 반면 반화웨이 동맹 움직임은 오히려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결국 중국의 화웨이와 미국의 시스코가 대변하는 5G 생태계로 글로벌 시장이 양분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시장이 반으로 쪼개질 경우 각국은 어느 한쪽에 줄을 서야 한다. 문제는 한쪽을 선택하면서 벌어질 시나리오다.

일단 시장이 양분되면 화웨이의 잠재시장이 줄어드는 건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미국 동맹들의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시스코가 공급하는 장비 가격보다 무려 70% 싼 가격에 공급하는 역량을 갖춘 화웨이에 군침을 흘리지 않을 기업이 없다. 안보 논리로 화웨이 배제에 동참하면서도 월등히 낮은 비용구조를 외면할 경우 해당 기업의 주주 이익에 반대되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동맹국 간 협업이 제대로 작동할지도 두고 볼 일이다. 이념적 동지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 지원과 연계하는 게 실질적 동맹을 유지케 한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미래의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 기간시설 패키지를 위해 의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게 주목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패권경쟁에 대비해 5G와 인공지능(AI) 육성을 강화하는 첨단기술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방안에는 미국이 기술패권 유지를 위해 동맹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5∼28일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 배제 동맹국들을 규합하는 공론의 장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무선통신망에 중국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MWC 개최 이전에 발표하고 이를 기준 삼아 무선통신 산업분야에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박람회인 MWC에서 동맹국의 의지를 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맹 확보가 절실한 중국과 화웨이가 미국 동맹에 줄을 서는 국가들에 유무형의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웨이는 자국시장 외에 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가들을 겨냥해 시장을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과 거대 유럽시장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상쇄하는 데는 시장이 너무 작다. 중국 화웨이가 거대 시장인 인도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어쨌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거듭난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가들로선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국과 교역이 얽혀 있는 캐나다가 공개적으로 아직까지 화웨이 배제를 천명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화웨이 장비가 배제된다면 그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야말로 5G 네트워크 선점이 신냉전을 상징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5G를 둘러싼 거대 공룡과 동맹 간 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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