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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기대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7 17:21

수정 2019.02.07 17:21

[여의나루]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기대

지난 1월 31일 광주형일자리를 위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협상이 사업추진 4년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광주형일자리는 독일 자동차회사에서 다소 낮은 임금으로 실업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사례를 벤치마킹한 상생형 방안이다. 광주시가 21%, 현대차에서 19%의 지분을 출자해서 설립되는 회사는 근로자에게 현재 업계의 절반 수준인 연간 3500만원을 초봉으로 지급하고, 주당 44시간 이내에서 일하도록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광주시에서는 주거나 교육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다.

광주형일자리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광주시와 지역주민은 직간접으로 최대 1만2000명까지의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자동차회사는 싼 인건비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고, 중앙정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 현안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중앙정부와 여당에서도 일부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주형일자리를 적극 지지했고 이를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다소 포화상태에 있지만 여전히 독과점화된 자동차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광주형일자리가 지속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첫째, 광주형일자리의 임금 수준은 지속가능하기에는 낮은 편이다. 협약에 따르면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2021년 초봉 3500만원의 임금은 거의 모든 수당을 포함한다. 그런데 2019년 최저임금 수준에서 주휴수당만을 포함해 계산된 연봉이 2100만원에 근접한다. 각종 수당의 비중이 작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21년에 회사가 원하는 높은 생산성을 지닌 근로자들은 광주형일자리를 외면할 수 있다.

둘째, 주당 44시간의 제약도 어느 정도까지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주당 52시간에 비해 단기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많은 근로자들은 52시간까지 일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싶을 것이다. 근로자들의 그러한 요구를 과도한 욕심으로 치부한다면 이는 우수한 근로자의 이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셋째,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민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2025년부터 2040년까지 주요국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퇴출이 예정돼 있어서, 글로벌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 지분이 21%인 사실상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은 그러한 경쟁을 이겨내기에는 너무 더디고 때로는 정치적 이해에 좌우되기 쉽다. 그러한 정치적 결론은 상생으로 포장된 혈세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협약체결 논의과정에서 단 하나의 조항으로 3개월을 허비한 점이나 중앙정부가 경영권을 떠맡았던 기업들의 부실화에 따른 엄청난 혈세낭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자동차를 둘러싼 새로운 통상분쟁을 야기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현재 합의된 부분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서 정부의 역할과 지분을 줄이는 것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렵더라도 민간기업 내의 의사결정 및 노사 간의 협의를 통해 낮은 임금수준과 경직적 노동시간의 문제는 회사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장이 경쟁적이라면 회사 구성원의 이해관계는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모쪼록 정부, 기업, 지역사회가 힘들게 만든 광주형일자리가 시장친화적인 혁신을 통해 성공적인 일자리 모델로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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