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격동의 베네수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1 16:48 수정 : 2019.02.03 01:35

베네수엘라가 격동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으로 군림하던 베네수엘라가 극심한 경제난에 이어 '한 나라의 두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혼란까지 겪고 있다. 젊은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지난해 치러진 대선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선언했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지지자들에게 "권력 강탈자가 집권하면 국회의장이 국가 지도자가 된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과도정부 수반으로 군부 지원 아래 공정한 선거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미에서 매우 풍요로운 국가였다. 의료진과 의료 기술이 뛰어나 남미 의료관광의 메카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휴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부터 시작된 포퓰리즘과 좌파정책을 고집스럽게 이어가면서 경제난을 겪게 됐다. 차베스 정권은 지난 1998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을 국유화시켜 서민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복지 정책을 펼쳤다. 국가 경제개발 대신 국민을 상대로 '퍼주기식 복지'에 쏟아부은 것이다. 이 무상 복지 정책 가운데에는 10대 소녀가 아이를 낳을 경우 지급되는 '미혼모 수당'도 포함됐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병으로 2013년 사망하면서 후계자로 지목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스스로 차베스 신봉자임을 일컫는 '차비스타'를 공언하며 좌파 정책을 이어갔다. 그러나 곧이어 베네수엘라의 재정상태는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떨어지면서 함께 무너졌다.

저유가에 따른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포퓰리즘에 의존한 마두로 대통령의 무능한 리더십은 점점 더 국민들을 생사의 기로에 몰아세웠다. 먹을 것을 찾아 빈민촌에서 맨발로 내려와 굶주린 배를 쥐고 거리에 쓰러진 아이들과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를 뒤지는 일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일상이 됐다. 마트의 냉장고는 일정하지 않은 전기 공급으로 냉기를 잃은 지 오래다. 아동병원에서 일하는 현지 의사는 "일정하지 않은 전기 공급으로 산소호흡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죽어가는 환자들도 많지만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만6300%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파국'인 셈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도 지난해 득표율 68%로 재선에 성공해 지난달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갔다. 야권은 유력 후보들을 가택연금하는 등 대선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 불공정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라며 대선이 무효임을 주장해왔다. 이번 과이도 의장의 대통령 선언으로 일부 군부와 '차비스타'를 제외하고는 돌아선 민심과 세계 리더들의 혹평에 사면초가를 맞고 있다.

부패한 마두로 정권에 눌려 있던 베네수엘라 민심도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엘 나시오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한 26명이 사망했다.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는 일부 지역에서 차량과 건물 방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차비스타들이 많이 있음에도 베네수엘라의 동부 푸에르토 오르다즈에 설치된 휴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을 반토막을 내 다리에 내걸기도 했다고 영국의 한 외신은 전했다.

오는 주말에도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차비스타들과 과이도 의장을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이들 간 시위가 예정돼 이들 간 첨예한 대립으로 인한 성장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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