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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불복 vs. 대선 불복] 與 "양승태 적폐사단의 저항"… 野 "태생부터 조작정권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1 17:47

수정 2019.01.31 17:47

여야, 김경수 재판 정면충돌
與, 대선 불복 프레임 차단 주력..사법·적폐대책위 매머드급 구성
野, 댓글조작 사건 규명 강조..문 대통령 수사·특검 요구
3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월 31일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사태 대책위를 대규모로 구성하고 재판 불복운동을 전면에 내걸면서 여당과 사법부 간 우려했던 충돌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처럼 모든 화력을 사법부로 집중하는 건 김 지사 개인뿐 아니라 지난 대선 공정성 시비 등 청와대로 번질 수 있는 불길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걸로 보인다. 야당은 이날도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한 특검 요구를 언급하는 등 공세수위를 한껏 끌어 올렸다. 그러나 명절을 앞두고 이처럼 정치권과 사법부 간 벼랑끝 갈등이 심화되면서 2월 임시국회 등 향후 정국은 '시계제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삼권분립 훼손 우려…靑 부담도

민주당은 이날도 격앙된 반응 속에 김 지사에 대한 전날 법정구속 사태와 관련해 적폐세력의 보복 판결로 규정하고 사법부와 전면전을 예고했다.

특히 전날에 이어 이날도 거듭 이번 김 지사 재판 유죄판결을 맡았던 1심 재판부 성창호 부장판사가 사법농단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성 판사가 사법부 적폐 청산에 나선 여권을 겨냥한 보복성 판결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는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인 저항을 벌이고 있다"며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야당이 제기하는 대선 불복 프레임도 조기 차단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양승태 적폐 사단이 벌이는 재판 농단을 빌미 삼아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 나아가 온 국민이 촛불로 이룬 탄핵과 대선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미 예고했던 김 지사 재판 대책위 성격의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도 이날 사법개혁을 주도해온 박주민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매머드급으로 꾸렸다. 박범계·백혜련·송기헌·이재정·황희 의원이 위원으로, 황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이 법조인 출신이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에 서울 구치소를 방문해 김 지사 면회도 마쳤다.

대책위는 우선 김 지사의 1심 판결문을 집중 검토하는 것은 물론 2심 재판을 앞두고 각종 법리상 문제점 등도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지도부의 이 같은 재판 불복 선언이 지나친 정치권의 사법부 개입, 삼권분리 훼손 우려와 함께 향후 정국과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이날 "재판 문제를 당이 전면에 떠안고 가는 것이 당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감정적으로 나설 일 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향후 정국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김 지사가 즉각 항소했지만 2심 재판은 최소 결과가 6개월 이후에나 나올 수 있고 상반기 임시국회나 개각에 따른 새 장관후보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새해부터 야심차게 추진 중인 혁신 성장 등 경제살리기 행보가 모두 야당의 협조 없이는 입법 미비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대선 공정성 시비 문제로 여야가 대치할 경우 가장 크게 여당에게 상처가 될 가능성 등이다.

■野 대선 불공정 프레임 확산 주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청와대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판 결과를 계기로 여론 불씨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당에선 이날 드루킹 특검도 다시 요구했다.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댓글조작 사건의 실체적 진실도 규명하자는 요구였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대선 당시 후보였던 문 대통령을 수행했던 만큼 문 대통령도 댓글조작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댓글조작 사건으로 태생부터 조작 정권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했다. 또 김 지사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이 '짜맞추기 판결'이라고 규정하고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을 탄핵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사법부를 공격한 건 치졸할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여당의 재판 불복 및 양승태 사법부와의 전면전 선언에 대해서도 사법권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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