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급조된 동대문 CES…29일 우려 속 개막

뉴스1

입력 2019.01.29 07:00

수정 2019.01.29 09:03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찾은 관람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9.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찾은 관람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9.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이사, LG전자 송대현 사장 등 참석
기업들 "열흘만에 준비 무리…홍보 미흡으로 흥행도 걱정"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정부의 기업 동원 논란 속에 29~31일 3일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판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를 표방한 행사가 열린다. CES는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국제가전박람회로, 전 세계 160개국 45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가전, 모바일, 5G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분야 최첨단 기술을 전시하는 행사다.

29일부터 동대문 DDP에서 열리는 일명 '동대문 CES'는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를 공식명칭으로 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함께 주관을 맡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이 행사에 대해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전시회인 CES에 참여한 국내 기업의 핵심 제품과 혁신 기술을 만나고 기업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CES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은 우리 기업들의 혁신 기술과 제품을 국민에게 공개하여 직접 보고 체험함으로써 혁신성장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정부의 핵심정책인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참가하는 삼성전자는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이 삼성전자를 대표해 참석한다. LG전자는 송대현 사장이 참석하고,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은 일정상 불참한다.

기업들은 막판 준비에 한창이다. 개최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정부로부터 일정을 통보받은 기업들은 급한대로 이달 초 CES에 전시했던 제품 가운데 대표라인업을 일부 추려 서둘러 전시를 구성했다. LG전자의 롤러블TV와 삼성전자의 AI(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홈, 마이크로LED TV, 웨어러블 로봇,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등이 전시된다. 기업에선 3개월 넘게 공 들여 준비하는 CES를, 아무리 '축소판'이라 해도 단 열흘만에 만들어 내라는 것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열흘만에 전시부스를 차려 콘셉트를 잡고 제품을 전시하고 홍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기업들의 불만이다. '보여주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상당한 이유다.

이같은 상황은 기업들의 저조한 참석으로 이어졌다. 이달 초 CES에는 우리 기업 317곳에 참여했지만, 이번 동대문 행사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랩스 등 대기업 4개사와 코웨이 등 중견기업 1곳, 유진로봇, 삼성 C랩, 헬로브이알, 비햅틱스 등 중소 및 스타트업 등 35개 기업만이 참가한다. 기업 참가는 지난 8~11일 미국에서 열린 CES 참가 한국기업의 11%에 불과할 정도다.

참가기업의 한 관계자는 "CES는 전세계에서 18만명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업계 관계자, 각국 정재계 리더, 언론 등이 모여드는 세계 최대 행사다"라며 "수개월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행사가 CES인데, 열흘만에 이를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준비하라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고 무리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관여한 행사인만큼 거부하기 힘들다는 점도 기업들에 부담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은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주요 글로벌행사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일정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시점이라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편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 건의가 있었고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쟁점이 된 행사비용도 주관기관이 지원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고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CES'를 표방한 '한국 전자전(KES)'이 매년 10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어 '중복' 논란까지 제기됐다.

국내에도 첨단기술을 소개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작 행사를 보러 오게 만들 홍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기업엔 부담이다.
국내에도 우리 기업들의 첨단 기술을 공유하자는 취지지만, 열흘만에 관람객을 모을 수 있는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정작 행사가 열리는 DDP 공식 홈페이지에는 행사 하루 전인 28일 낮(오후 3시)까지도 행사 관련 공지가 뜨지 않았다.
결국 정부와 일부 기업만의 언론보도용 잔치에 끝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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