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파격' 앞세운 북중 문화교류…3년전과 180도 다른 '밀월'

뉴스1

입력 2019.01.28 11:48

수정 2019.01.28 11:4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지난 8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인민해방군의 사열을 받는 모습. (노동신문)2019.1.10/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지난 8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인민해방군의 사열을 받는 모습. (노동신문)2019.1.10/뉴스1

2015년 모란봉 방중 공연 무산→北핵실험 '최악'
비핵화 협상 국면서 '상호 이익' 계산 맞아떨어져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과 중국이 연초 정상회담에 이어 대규모 문화 교류를 성사시키며 관계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전날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의 이틀 째 공연을 관람했다.

시 주석 내외는 왕후닝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쑨춘란 부총리, 황쿤밍 공산당 중앙선전부장,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 핵심 인사들을 대동해 공연 관람에 나섰다.

시 주석의 이날 공연 관람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시 주석이 북한 예술단을 환대하는 수준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중국 인민일보는 시 주석 내외가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만난 사진을 공개했는데,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외국 정상 내외가 아닌 외국의 고위 당국자 1명을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 주석이 북한에 대한 '큰 배려'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 내외는 북한 예술단의 공연 후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이번 예술단의 공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행하지 않았는데도 정상 외교 수준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풍경은 지난 2015년 김 위원장 집권 후 처음으로 북한 예술단의 방중이 추진됐을 때와는 180도 다른 것이다.

북중은 2015년 12월 당시 북한의 최고 악단으로 꼽히던 모란봉 악단의 방중 공연을 추진했다.

모란봉 악단은 열차를 이용해 베이징까지 도착했으나 공연 수 시간을 앞두고 공연 내용에 대한 북중 간 이견으로 인해 한 차례도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철수한 바 있다.

모란봉 악단의 철수(12월 12일) 한 달도 안된 시점인 2015년 1월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모란봉 악단의 철수 사흘 만인 12월 15일에 핵실험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의 입장에선 '모욕감' 마저 느낄 수 있는 행보였다.

관련해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더 이상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이 웨이'식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혈맹'으로 이어졌던 북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3년 여가 지난 시점에 다시 추진된 북중 예술 교류의 풍경은 4차 핵실험 당시와 다시 180도 달라진 국제 관계와 북중 관계가 반영된 모습이다.

지난 23일 평양을 떠난 리수용 부위원장은 공훈국가합창단, 삼지연관현악단 등 대규모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방중에 나섰다. 방중에 사용된 열차만 두 대였다.

중국도 베이징의 상징적 공연장인 국가대극원을 공연장으로 제공한 데 이어 철통 경비와 보안을 제공하며 만전을 기했다. 이번 예술단 공연이 이달 초 북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와 북중 수교 70년 기념일을 앞두고 분위기 띄우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을 감안한 조치다.

또한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리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 내외의 안부를 물으며 "작년부터 김 위원장과 네 번 만나 북중 관계 발전에 대해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시 주석이 문화 예술 교류가 북·중 관계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했다는 관영 매체의 보도는 모란봉 악단의 방중 공연 무산과 북한 측의 '독단적' 핵실험으로 이어진 3년여 전과 달라진 북중 관계를 실감케 한다.

리 부위원장 역시 "예술단의 방중 공연은 시 주석에 대한 김 위원장의 깊은 애정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북한은 북중 정상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실천해 새로운 우호의 장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북한과 중국은 이번 예술단 공연을 계기로 2월 말~3월 초로 다가 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의견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무상 출신의 리 부위원장이 실무 차원에서 외교를 총괄하는 당직을 맡고 있는 만큼 시 주석 외에도 중국 외교 채널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시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북한 예술단의 방중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북미 '스웨덴 실무 협상' 후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리 부위원장은 북미 간 협상의 진척 상황을 중국에 전달하고 관련 의견을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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