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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평택 택지지구, 4천만원 '마피 분양권' 급매 전단지로 도배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7 18:14

수정 2019.01.31 17:39

대출막힌 갭투자자들 매물 던져..각종 호재 현실화까지 시간걸려..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도 악재로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 모습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 모습


"얼마 전에 마이너스 피(마이너스 프리미엄) 4650만원짜리가 거래됐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계약금 포기, 발코니 확장비 포기, 에어컨 설치비 포기에 자기 돈까지 얹어주는 건데…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대출은 막히고, 자기 집은 안 나가고 입주 시작되면 중도금 대출 이자까지 물게 생겼는데 밤에 잠이 오겠습니까"(경기도 평택시 동삭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

경기도 평택 택지지구에 분양가 아래로 떨어져 집주인이 손해 보고 파는 이른바 마이너스 피가 붙은 아파트 분양권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영신·동삭·소사벌·소사지구 등에서는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에서 마이너스 피가 붙은 급매물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삼성반도체공장이 들어서는 고덕국제화신도시에는 몇천만원의 플러스 피가 붙은 것과 대조적이다.

1월 말 입주를 앞둔 평택시 동삭동의 자이더익스프레스3차. 단지 앞에 길게 늘어선 공인중개소 20여곳에는 분양권 급매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주말 오후인데도 공인중개소 거리는 한산했다. A공인중개업소를 운영중인 이 모씨는 "오늘 오후에 전세집을 보겠다는 손님이 두 팀 정도 있다.
전세 문의나 거래는 좀 된다"면서도 매매는 마이너스 피가 많이 붙은 급매 정도가 팔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이더익스프레스3차 전용면적 59㎡와 72㎡의 경우 3000만원, 84㎡의 경우 4500만원까지 마이너스피가 붙은 매물이 나와 있다. 5층 이상 기준 분양가는 59㎡가 2억4500만~2억4700만원, 72㎡는 2억9200만~2억9300만원, 84㎡가 3억2500만~3억2900만원이다.

이 모씨는 "이 금액은 계약금 포기는 기본이고 발코니 확장비에 에어컨 설치비까지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 동네 부동산을 하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B공인중개업소의 김 모씨는 "얼마 전에 마이너스 피 4200만원이 붙은 84㎡짜리 분양권이 계약금까지 낸 상황에서 계약이 취소됐다고 들었다. 이 물건이 지금 마이너스 피 4500만원까지 내려갔다"고 전했다.

다른 평택 택지지구 역시 '마피 분양권'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소사지구의 평택효성해링턴플레이스도 마이너스 피 분양권이 나오고 있다. 전용면적 84㎡가 최대 2500만원 정도 분양가보다 싸게 나왔다. 소사벌지구의 경우 미분양 상태인 평택소사벌푸르지오의 전용면적 83㎡이 500만~1000만원 가량 마이너스 피가 붙은 매물이 있었다. 용죽지구는 1월 말 입주를 앞둔 평택비전지웰푸르지오와 평택비전레이크푸르지오에 마이너스 피 1000만원이 붙은 분양권이 소량 나왔다. 지제역에서 가장 인접한 영신지구의 평택더샵센트럴파크와 지제역더샵센토피아 역시 최대 1000만원 가량 마이너스 피가 붙었다. 고덕산업단지와 브레인시티 등 대규모 산업단지 입주, 황해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주한미군 평택 이전, SRT 개통 등 교통망 확충 등 각종 호재에도 평택에 마피 분양권이 속출하고 있는 이유는 막대한 물량 속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하락하고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갭투자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B공인중개소의 김 모씨는 "대출이 막힌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명의까지 빌려 2~3채 사던 갭투자자들이 대출규제 강화로 돈을 융통할 길이 막히자 막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고덕국제화신도시와 지제역에서 도보 가능한 단지만 투자대상으로 눈여겨보는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분양관계자 역시 "5~7년 정도 버틸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당분간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각종 호재가 아직 많이 현실화되지 않았고 주택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은 점도 악재다.
부동산114의 윤지해 과장은 "평택의 평균 분양가가 1100만원 정도인데 평택 시세가 현재 800만원이 안된다"고 지적한 뒤 "2016년 이후 3만가구 정도, 올해 8000가구가 공급돼 물량도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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