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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다] "1년에 4번 만나 뭐가 되나..여야정 협의체 더 만나야"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4 17:51

수정 2019.01.24 17:51

국민 눈높이 맞춰 국회 신뢰 쌓고 사회 갈등 조정해 타협 이뤄내야
혁신성장·공정경제 방향은 맞아 실사구시적 접근으로 성과내야
선거제도 개혁 못하면 정치개혁은 무산되는 것과 같아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국회 본청 내 국회의장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정부의 경제분야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선거구제 개편, 민생 현안, 여야 협치방안 등을 강조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국회 본청 내 국회의장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정부의 경제분야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선거구제 개편, 민생 현안, 여야 협치방안 등을 강조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의견이 다를 때일수록 더 만나야 한다. 그래야 조정이 되고 협의가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정 협의체'는 더 활성화돼야 한다."

24일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문희상 의장은 '정책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여당과 정부, 청와대 간 삼권분립을 위해 서로가 견제하고 독립할 필요는 있지만, 정책적 협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다만 당정 간 정책협의에서 끝나지 않고 여야정 협의체까지 이어져야 의미가 있는데 그 역할을 국회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5당 대표가 모여 여야정 협의체 상설을 약속했는데 현재 1년에 네번, 분기별로 해오던 것을 좀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를 중심으로 여야정 협의체 활성화를 통해 개헌, 민생경제 활성화, 혁신 등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 눈에 국회의원들은 매일 싸움만 한다고 봐 불신이 쌓여 있다"며 "국회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 개헌조차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음에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문 의장과의 일문일답.

대담=정인홍 정치부장

-올해로 문재인정부 집권 3년차에 돌입했다. 경제분야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현 정부 경제정책 평가 및 향후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면.

▲문재인정부 들어 3050클럽에 일곱번째로 가입하는 등 경제적인 성취는 있었으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제 집권 3년차에 돌입하며 실적을 보여줘야 할 시기가 되었으며, 실사구시적인 접근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특히 올해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과거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근대화, 민주화 과정 속에서 압축성장을 했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정책이 효율성 때문에 필요했지만 현재에 와서는 결국 불균형 성장을 가져왔다. 이 시점에서 패러다임의 변화 시도는 기본방향이 맞다고 본다. 혁신성장, 공정경제, 포용적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촛불민심이 '이게 나라냐, 나라다운 나라 만들자'고 했다. 골고루 잘사는 세상, 함께 더불어 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문재인정부 존재의 의미와 같다. 지금까지 경제정책의 방향 설정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하고 싶다. 다만, 경제는 하루아침에 도깨비방망이처럼, 요술램프처럼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도면밀한 예측과 상황분석으로 체질개선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치밀한 설계를 가지고 한발씩 '호시우행'(虎視牛行·눈은 늘 예리하게 유지하면서도 행동은 소처럼 착실하고 끈기있게 한다)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각당의 이해관계가 달라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내년 총선까지 결론 없이 전력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못하면 정치개혁은 무산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희망적으로 신호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반드시 해야만 된다는 것이 촛불민심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대원칙은 득표수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가져가는 것이다. 앞선 6·13 지방선거나 5·31 지방선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행 선거제도는 실제 얻는 표심을 왜곡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승자가 독식한 지난 두 번의 지방선거 결과는 현재의 정당 지지율에 얽매여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보여주는 증거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선관위 안도 있고, 이를 구체화해 정치개혁 특위에서 안을 논의 중이다. 의원정수를 유지하면서도 비례성을 높일 수 있는 안도 있기 때문에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회가 합의를 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면 예산을 동결해 10% 정도 증원하는 방안도 어떨까 한다. 다만 국회의원 증원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국회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국회가 여전히 사회적 기구를 통한 갈등 조정이라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사회 갈등의 최종 책임은 국회다. 사전에 사회적 기구를 통해 갈등이 조정되고 타협을 이루면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타협이 되면 국회가 법률로 완성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구가 역할을 못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다 할 대안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해당사자 간 의견을 무시하고 국회가 마음대로 법률로 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를 테면 노사정위원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사전에 만나고 타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최근 택시업계와 카풀제도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대화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서로 대화하고 타협선을 찾아 합의를 이뤄낼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 기구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야 이해관계가 충돌하다 보니 실질적인 부분에서의 협치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인색한데.

▲이 부분은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협치가 실패했다는 지적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 '섣달 그믐에 결혼하고 다음날 해 바뀌었으니 애 낳으라'는 말과 같다. 협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협치하겠다' 선언했다고 당장 기존의 정치 풍토가 단번에 바뀔 수는 없다. 모든 대화는 만남에서 시작하는데 초월회, 원내대표 회동, 각 상임위 등 끊임없이 만나고 소통하려 노력했고 실질적인 성과도 도출했다. 최근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합의사항을 12개나 발표하고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만드는 등 이전 정권보다 적극적인 협치의 움직임도 있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민주당 원내대표단 격려 오찬 시 조속한 시일 내에 2차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열어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청와대 행정명령과 관련해선) 여야 간 갈등에 휘말려 대통령과 정부가 할 일 못하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좌고우면 우물쭈물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나마 초창기 전광석화처럼 적폐청산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게 문제다.

-특활비, 외유, 특권의식 논란 등으로 국회가 지탄을 받았는데 입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바로 설 수 있기 위한 복안은.

▲사실 국회는 싸움을 해야 하는 곳이다. 이익, 계층,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논리 없이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막말로 싸우는 게 문제인 것인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특수활동비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또 국회혁신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인사, 예산, 조직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라고도 했다. 전직 외교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외교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회외교활동자문위원회를 마련하고 국회의원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원천 차단되도록 했다. 특권부분과 관련해서는 불체포특권, 국회의원 연금 등 이미 많은 부분이 폐지되고 개선됐음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사실관계가 잘못된 내용들이 국민 사이에 돌고 있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개별 국회의원의 일탈을 전체 국회의원들의 특권의식이라고 지적하는 부분도 문제다.

-재계에선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으로 '대기업 옥죄기'라고 토로하고 있다. 효율적인 경제정책 방향성을 제시해 주신다면.

▲기본원칙은 포용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본다. 다만 이런 바탕 속에서 '혁신'에 방점을 찍는 건 확실하다. 혁신 요체는 규제를 푸는 것이다. 규제를 풀어서 기업들이 더 뭐 좀 해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접근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기업들의 마인드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중국만 봐도 알겠지만 세계 경제가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다가오는 중국 쓰나미에 대응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기업들이 정부에 뭘 해달라고 하고, 중소기업 싹을 잘라버릴 생각만 하면 10년 안에 재벌 서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그리고 기업은 기업대로 힘을 모아야 할 시기다.

■국회가 살아야 민주주의도 정치도 산다..40년 정치인생 내내 의회주의 강조

민생입법, 정치현안 등을 놓고 여야 간에 갈등이나 정쟁이 벌어지면 최우선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여야 지도부가 의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합의문에 서명을 하기 때문이다. 협상능력과 조율능력이 탁월하기 때문.

문 의장은 정치권의 '미다스 손'으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투쟁을 촉발한 선거제 개혁 문제를 놓고 여야가 극적 합의를 이룬 데도 문 의장의 거중조정 역할이 컸다. 문 의장은 40년 정치생활 동안 의회주의를 강조한 입지전적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 당선 소감에서 "국회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 국회가 펄펄 살아있을 때 민주주의도 살고, 정치도 산다"고 평소 신념을 드러냈다. 의회 발전을 위해선 여야 간 소통과 견제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소신 아래 매달 여야 대표를 초청하는 '초월회' 모임을 운영한다. 문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급'이 맞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6선을 한 데다 74세로 고령에 속해 정치계에서 '최고참'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과 인연도 깊다. 노무현정부 당시 문 의장은 대통령 비서실장,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 때문에 국회가 권력을 쥔 행정부를 자유롭게 견제하는 등 삼권 분립의 균형을 잡는 입법부란 평가를 받고 있다. 문 의장은 조카인 배우 이하늬씨를 두고 "하늬가 날 닮아 그렇게 예쁘다"고 말하곤 한다.
가야금 연주가인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가 동생이다.

■약력 △국회의장 △의정부 출생 △경복고·서울대 법대 △제14·16·17·18·19·20대 국회의원 △김대중정부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국정원 기조실장 △민주당 최고위원 △노무현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한일의원연맹 회장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부의장

pja@fnnews.com 박지애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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