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예상치 못해..침통”
이날 양 전 원장의 구속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판사들은 전반적으로 말을 아끼면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헌정사상 처음, 최고 같은 말이 쏟아지는 것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봤다”며 “판사로서 걱정되는 일이었지만 구속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 역시 “침통하다. 너무나 예상 밖이다”며 “구속에 대해 판사들 간 대화도 오가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김 대법원장이 사건 초기부터 우유부단한 자세로 자체 조사를 사실상 뒤집으며 내홍을 유발시킨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지난해 5월 안철상 전 처장이 단장을 맡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재판거래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형사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발표 직후 "검찰 수사에 협조 하겠다"고 발언, 스스로 법원 조사를 불신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안 전 처장은 지난해 7월 국회에 출석해 다시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사법부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한 변호사는 “사법부 수장의 재판 개입 등 법질서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 혐의들이 결국 사실로 소명됐다”며 “비극이지만 최고 권력자에 대해 예외없이 엄중하게 사법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홍 깊어질 듯..개혁작업 걸림돌
양 전 원장의 구속에 대한 찬반 입장은 갈렸지만 법원 안팎에선 사법농단 의혹 사태 초기부터 불거져 나왔던 법원의 분열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양 전 원장의 구속이 ‘법원행정처 폐지‘를 골자로 한 김 대법원장의 개혁 작업에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의 독립성이 매우 위태롭다는 생각이 든다. 전직 대법원장이지만 한 때 법원을 대표하던 인물이 구속됐다”며 “판사들도 이메일 한편 보낼 때 말 한번 할 때 더더욱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체로 중견 법관들과 젊은 법관들 사이에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판사들 사이에선 안철상 전 법원행정처장과 대법원장의 갈등설을 사실로 믿고 있다. 더군다나 양 전 원장은 김 대법원장의 남은 임기 대부분 기간 재판을 받을 텐데 이런 사법불신과 갈등 속에 어떻게 개혁을 추진하겠느냐”고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을 꼬집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 전 원장 구속이 보수성향 판사들의 집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검찰에 법원 안방을 내준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도 상당할 수밖에 없어 내부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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