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도박 때문에"…연인에게 거액 뜯어낸 남성들 잇단 실형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8 11:20

수정 2019.01.18 14:27


"도박 때문에"…연인에게 거액 뜯어낸 남성들 잇단 실형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연인에게 거짓말로 돈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들에게 법원이 잇따라 실형을 선고했다. 이 남성들이 연인에게 얻어낸 금액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도 넘었다.

■"금방 갚을게" 거짓말만 68회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진용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6)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일용직 노동자 김씨는 2015년 9월 24일부터 2017년 2월 6일까지 연인 사이인 이모씨로부터 총 68회에 걸쳐 약 1억42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2015년 9월 23일 제주시의 한 식당에서 이씨에게 "내가 여행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자금이 좀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주면 12월에 적금 6000만원을 받아 갚겠다"고 말한 뒤 다음날 본인 명의의 계좌로 1200만원을 송금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이씨에게 빌린 돈을 여행사업이 아닌 도박자금과 기존 채무금을 갚는데 사용했다.


이후 김씨는 "잠깐만 빌려쓰겠다", "다음날 이자쳐서 갚아주겠다" 등의 말로 이씨를 속여가며 적게는 2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이 넘는 돈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금액이 점점 커지자 "이 돈을 막아야 집에서 믿고 도와준다", "1시에 통장 가져오고, 1~2시부터 갚겠다", "대출 신청 4000만원 했으니 하루 이틀 안에 된다" 등 구체적인 거짓말로 이씨를 속여 돈을 타냈다.

김씨는 이외에도 인터넷 사이트 중고나라 카페에 'OOO을 구매합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연락해 "대금을 선입금하면 구입해 배송해주겠다"고 속여 수십차례 돈을 송금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씨로 인해 피해자 이씨는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됐고, 피해가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씨가 피해회복을 위해 피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여행가자…또 도박자금 타 내
도박에 빠져 연인에게 돈을 타낸 또 다른 남성도 실형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정은영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민모씨(42)에게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도박치료강의 수강을 선고했다.

회사원인 민씨는 2015년 8월 13일부터 2016년 11월 21일까지 총 26회에 걸쳐 6000만원 상당을 피해자 유모씨로부터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민씨는 2015년 7월 탱고동호회에서 유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민씨는 2015년 8월 13일 유씨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 연체대금 등 급하게 쓸 돈이 필요하다"며 거짓말을 했다. 당시 민씨는 인터넷 도박에 빠져 대부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빌린 뒤 도박자금으로 사용했고, 그 대출금마저 제때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민씨는 "경비를 반반씩 부담해 마카오로 여행을 가자. 비행기표와 숙박비 등을 카드로 먼저 결제하면 절반을 갚겠다"며 유씨의 신용카드로 3번이나 여행 대금을 결제하게 했다. 이후 마카오 에서도 "카지노에서 사용할 게임비 등을 빌려주면 곧 갚겠다"고 말한 뒤 최대 500만원까지 돈을 빌렸다.


재판부는 "편취한 금액이 크고 범행기간이 길며 현재까지 실제로 회복된 피해금액이 많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민씨가 고정적인 급여를 수령하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유씨가 민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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