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소환..檢 "빠른 시일내 조사 마칠 것"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1 17:14

수정 2019.01.11 17:15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위해 출두하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서동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위해 출두하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서동일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사실관계 등을 집중 추궁했으나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조사받는 게 헌정 사상 처음인 만큼 신중을 기하면서도 안전상 문제로 빠른 시일 내 조사를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 등을 캐물었다.

■檢포토라인서 '묵묵부답'
특히 검찰은 앞서 소환됐던 판사들의 윗선 지시 관련 진술과 증거 등을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하는 검사들이 상황에 맞게 판단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남은 조사 분량과 진행되는 속도 등을 판단해 비공개로 추가 조사 일정을 정하겠지만 가급적 안전상 문제로 (다른날 조사를 이어가도) 신속히 끝내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청사 15층 조사실에 변호인 2명과 입회해 법률 조력을 받았으며, 검사 2명이 관련 의혹을 추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이 담긴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 재판거래·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등 혐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검찰 조사에 대한 소회 등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일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시위대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감안해 대법원 정문 안이나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추진했으나 대법원 측이 이를 불허하면서 정문 밖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사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가감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으면 이를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며 "이 일로 인해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여러 사람들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다만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에게 우리 법관들을 믿어주길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갖고 성실하게 재판을 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檢, 추가 조사 후 신병 결정
또 "(사법농단)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저도 그 말을 믿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사건이 소명되길 바랄 뿐"이라며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앞으로 사법의 발전이나 회의를 통해 나라가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끝맺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입장을 밝힌 뒤 차량으로 이동해 중앙지검 청사 포토라인에 도착했으나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응하며 조사실로 향했다.
향후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조사를 1~2차례 더 진행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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