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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이희성 나이트프랭크 코리아 대표 “IT경쟁력 활용해 부동산 시장 공략”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1 10:53

수정 2019.01.29 17:42

11년간 인텔코리아 사장 역임...2015년부터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사로 자리 옮겨
[FN이사람]이희성 나이트프랭크 코리아 대표 “IT경쟁력 활용해 부동산 시장 공략”
“3개월 단위로 빠르게 변하는 ‘패스트 무빙’ IT 업계에서, 사이클이 길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슬로우 무빙’ 부동산 업계로 올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이희성’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1년간 인텔코리아 사장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동산 업계에서 이희성이라는 이름은 아직 생소하다.

이희성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 코리아 대표는 LG전자 전신인 금성 전기 연구 개발실 엔지니어로 시작해 1991년부터 25년간 인텔에 몸을 담았다. 그런 그가 인텔을 은퇴하고 2015년 11월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나이트프랭크 코리아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10일 을지로 본사에서 만난 이희성 대표(56·사진)는 “2008년 연세대에서 글로벌 MBA 과정을 들으면서 금융이나 기업 가치 평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서 “단순히 부동산이 아니라 부동산 컨설팅이다 보니 금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든 자동차든 부동산이든 물건만 다르지 비즈니스는 똑같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느리게 가지만 그만큼 네트워크가 중요한 곳이고 한국외국기업협회 회장을 하면서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사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 부동산 업계와 일반인들에게 나이트프랭크라는 이름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이나 투자증권사, 해외 부동산 컨설팅 시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1896년 설립돼 전 세계에 500여개의 지사가 있고 1만8000명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해 비상장사로 운영된다. 한국 지사의 경우 주로 국내 기관의 해외 대체 투자를 맡고 있다. 부동산 자산의 매각이나 매수, 오피스와 리테일 투자 자문도 한다. 최근엔 해외의 럭셔리 고급 주택에 대한 투자도 고려 중이다.

이 대표는 “해외 부동산에 대한 딜을 우리가 소싱하면, 국내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 등이 각자의 대체 투자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투자를 하게된다”면서 “단순히 부동산을 파는 것이 아니라 환차익과 금리, 이자 등을 고려해 수익률을 최대로 할 수 있는 지역을 선별해 해외 자산 투자를 도와준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이 주로 해외 투자를 하는 지역은 유럽과 일본이다. 국내 기관은 리스크가 높고 고수익을 얻는 투자처 보다는 조금 수익은 떨어지더라도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다. 반면 미국 등 외국 기관은 안전 자산 투자보다는 벨류에 투자해 가격을 높여서 팔고 나오는 전략을 구사한다. 현재 유럽은 미국보다 금리가 낫고 환헷지 과정에서 수익도 볼 수 있어 국내 기관이 선호한다. 다만 올해부터는 유럽 역시 금리 인상 압박이 있어 전체적으로 수익률이 지난해보다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레버리지를 이용해 7~8% 수익률을 내던 모델에서 올해는 6%이하로 수익률 기대치를 조정해야할 것 같다”면서 “하지만 국내 채권 시장, 금리, 증시가 모두 어렵고 글로벌 경제 자체도 침체되는 상황에서 기대수익을 낮추더라도 손해를 안보는 것이 큰 벨류”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 개인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도 해외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자율이나 환율 등을 고려했을 때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일본 도쿄의 핵심업무지구(CBD)를 추천하고 있다. 신주쿠, 미나토, 시부야, 치요다, 추오 등 주요 5구의 100~200억원대 소규모 빌딩이나 고급 주택에 투자한다면 연 2%대 중반에서 4%대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이후 경기 침체에서 빠져 나오는 대세 상승기도 하고 부동산 시장도 버블이 꺼졌다가 올라가는 기조”라면서 “올림픽 호재도 있어 일본에 투자하기에 적기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는 금리가 높아 레버리지 효과를 보기 힘들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뉴욕이나 보스턴 등 주요 도시들의 수익률은 3%정도인데 금융까지 일으켜 투자를 하기엔 수익률이 안 나오고 그나마 수익률 있는 물건은 이미 미국에서 먼저 선점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직 유럽은 런던을 제외한 영국의 글래스코, 에든버러, 독일의 베를린, 프랑스 파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마드리드가 투자처로 손꼽힌다. 최근 아마존이 투자를 늘리면서 물류 센터가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이 대표는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물류 서비스가 많아졌고 유럽의 자산 운용사들이 물류센터를 찾으려고 혈안이라 자리가 좋은 물류센터는 임대 수익률도 높다”라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2년 전부터 물류센터 투자가 매우 뜨겁다”고 말했다.

올해 이 대표는 회사 이름을 좀 더 대외적으로 알릴 생각이다.
그동안 경쟁력을 강화하고 B2B 사업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개인 투자 설명회도 열고, 메리츠종금증권 사옥 매각 등 빌딩 매각도 성공한만큼 외형도 늘릴 계획이다. 고액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베트남이나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주택을 구매해 휴가 때 쉬러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자 자문도 할 생각이다.


이 대표는 “세빌스코리아, JLL(존스랑라살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등과 경쟁하고 있지만 단순히 회사 몸집을 키우기 보다는 고도의 전문화된 컨설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데 힘쓰겠다”면서 “해외 고급 주거형 부동산 투자를 강화해 경쟁사와 차별화 하겠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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