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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9]삼성·LG TV, 신경전 치열…"경제성 없다 vs. 언급할 필요 없다"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9 11:00

수정 2019.01.09 11:00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리아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리아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승현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수장들이 각사의 첨단 기술을 응축한 전략 신제품과 8K 기술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거셌다. 두 수장은 전날 발표된 지난 4·4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 회사는 시장의 예상을 훨씬 밑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LG 롤러블 TV '공방'
시작은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의 발언에서부터였다.
김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리아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G전자의 롤러블 TV에 대해 "아직까지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이번 'CES 2019'에서 세계 최초로 돌돌 말았다 펼 수 있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을 공개했다.

김 사장이 문제 삼은 건 롤러블 TV의 경제성이다. 그는 "경제성이 나온다면 충분히 개발할 값어치가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 자리했던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도 "아직까지는 공감이 안 간다"면서 롤러블 TV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LG전자에서 TV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권봉석 MC/HE사업본부장(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아직 롤러블 TV의 적정 가격선을 찾고 있다"고 받아쳤다. 그는 "초기 신기술에 대해서 가격에 대한 우려를 할 수 있다는 건 공감한다"면서도 "유통업체와 상담하면서 적정 가격선을 찾아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75·85형 등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TV도 불과 3년만에 원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롤러블 TV 역시 빠른 속도로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 사장은 "롤러블 TV도 다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같이 OLED를 베이스로 한 기술이고 롤러블로 만든다고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이미 양산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을 빠르게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의 판매가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권봉석 MC/HE사업본부장(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간담회를 열고 발표하고 있다.
권봉석 MC/HE사업본부장(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간담회를 열고 발표하고 있다.
■8K TV 신경전
두 수장은 TV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은 8K 기술과 관련해서도 경쟁을 벌였다. 김 사장은 "당분간은 우리가 8K TV를 생산하고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일한 회사라고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98형 8K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최초 공개했다.

이번 'CES 2019'에서 대부분의 TV 업체가 8K 제품을 전시하고 있음에도 이같이 언급한 이유는 이들 제품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8K로서 의미있는 화질을 만드려면 인공지능(AI)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8K를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8K 화질을 만드는 프로세서"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3년에 걸쳐 이 프로세서를 개발했다"며 "다른 회사들이 샘플을 내놓고 있지만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권 사장은 "LG전자의 화질칩 '알파9 2세대'는 음질, 화질을 1세대 제품과 대비해 2배 이상 개선해준다"며 "이에 대한 평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응수했다.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88형 올레드 TV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올해 하반기 무렵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한편 두 수장은 지난해 4·4분기 기록한 '어닝 쇼크'에 대해 대외적 문제의 영향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는 세계 경제와 무관하지 않은 사업을 하고 있다"며 "굉장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빠른 시기 안에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권 사장 역시 "이란 등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원천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TV 사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 제재 이슈를 미국이나 이란 정부를 통해서 풀고 있기 때문에 1·4분기 안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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