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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SE·나스닥 횡포 못참아"… 美월가, 새 거래소 만든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8 17:04

수정 2019.01.08 17:04

현재 3대 거래소가 시장 장악.. 거래물량 과점·수수료도 올려
모간스탠리 등 반발 출범 합의.. 내년 이후 거래 시작할 듯

모간스탠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 시터델 증권 등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에 맞서는 새로운 거래소를 만들기로 했다. NYSE,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 3대 거래소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수수료를 올리고, 횡포를 부린다는 비판 속에 새 거래소 출범이 돛을 띄우게 됐다. 신청 이후 감독당국의 승인까지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월스트리트에 새 거래소가 출범할 전망이다.

■내년께 월가에 새거래소 출범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모간스탠리를 비롯한 9개 투자은행, 증권사 등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새 거래소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회원사거래소(Members Exchange, MEMX)로 이름을 지은 새 거래소는 3개사 외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UBS, 버투 파이낸셜, 찰스스와브, E트레이드 파이낸셜, TD 아메리트레이드 홀딩 등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9개 업체가 자금을 대고 출범하게 된다.

컨소시엄은 올해 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거래소 설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SEC 승인에 통상 12개월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이후에 설립을 마치고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NYSE 등 기존 거래소 업체들의 높은 수수료와 횡포에 반발해 새 거래소 출범에 나서게 됐다.

NYSE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털 거래소(ICE)와 나스닥, CBOE 등 3개 거래소들은 주식 브로커들에게 제공하는 주가 변화 데이터와 같은 각종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면서 월스트리트 금융사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MEMX는 기존 거래소에서 금융사들을 빼오기 위해, 또 출범 동기도 충족하기 위해 낮은 수수료를 약속하고 있다. 시장 데이터 제공 수수료, 거래 수수료 등을 기존 거래소에 비해 낮게 책정할 계획이다. 자본시장 컨설팅업체 태브 그룹의 래리 태브 창업자는 "중개인들이 거래소에 불만을 갖게 되고, 거래소가 적절히 불만에 대응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면 중개인들은 새로운 컨소시엄을 만들게 된다"면서 "이를 통해 기존 거래소들에 비용 인하를 압박하거나 인프라를 개선하게 된다"고 말했다.

■3개 거래소가 시장 과점

미 거래소는 1990년대 이전까지는 비영리 기관이었지만 이후 이같은 모델을 버리고 탈바꿈했다. NYSE의 경우 1792년 주식 중개인 24명이 모여 협약에 서명하면서 출범했고, 2006년에 상장되면서 영리법인으로 바뀌었다.

현재 미 주식거래소는 13개가 영업 중이고, 이 가운데 IEX 그룹을 제외한 12곳은 ICE, 나스닥, CBOE 글로벌 마켓츠 등 3개사가 소유하고 있다. 이들 3개 업체가 소유한 거래소를 통한 거래물량이 미 주식거래량이 63%에 육박하고 있다. IEX 거래물량은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35% 가량은 장외거래이다.

3개 업체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다시피 한 과점시장이다. MEMX가 낮은 수수료를 내세우면서 기존 거래소에서 고객들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지만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IEX도 2012년 3개 거래소에 도전장을 내며 화려하게 출범했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이 3%도 못된다. 다만 MEMX는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전망이 좀 더 밝기는 하다. 초기 자본으로 7000만달러를 모았고, 이사회에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을 추가로 더 끌어들인다는 계획이어서 자본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MEMX가 높은 수수료에 불만을 품고 출범하게 됐지만 이 역시 NYSE 등처럼 영리법인이다.


한편 MEMX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3대 거래소는 규제당국의 옥죄기와 추가 경쟁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앞서 지난해 9월 민주당의 로버트 잭슨 민주당 SEC 위원이 "SEC는 엄청난 시장권력이 소수에 집중되는 동안 팔짱만 끼고 있었다"며 시장 과점을 비난한 뒤 SEC는 10월 NYSE와 나스닥의 데이터 수수료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양 거래소는 즉각 연방법원에 항소했지만 SEC가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의 제소에서 금융사들 편을 들어주면서 향후 추가 수수료 인상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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