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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 총재 사임… 美 입김 더 세지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8 17:03

수정 2019.01.08 17:03

신흥시장 회원국 반발 일 듯
차기 총재 임명에 이목 쏠려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가 임기를 3년 가까이 남기고 갑자기 사의를 표하면서 수장의 국적 논란이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신흥시장 회원국들이 더 이상 '미국인'이 이끄는 불공정한 국제기구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제일주의'를 앞세우며 국제기구를 폄하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어떤 후계자를 지명할 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됐던 김 총재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다음달 1일자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 "예상치 못하게 민간 영역에 합류할 기회가 왔으며 나는 이 길이 기후변화나 신흥시장의 사회기반시설 부족 등 주요 국제 문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재는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민간 기업에 입사할 예정이다.
세계은행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최고경영자(CEO)가 다음달부터 총재 대행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김 총재는 서울에서 태어나 5세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의학 및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부문 국장을 지냈으며 2009년에 미 다트머스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연임에 성공해 2021년에 퇴임할 예정이었다.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김 총재가 국제기구를 싫어하던 트럼프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30억달러(약 14조6016억원) 규모의 자본 증자에 성공하는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가 갑자기 사임한 이유에 대해 BBC 등 일부 언론들은 김 총재가 중국에 대출을 늘리고 석탄 발전에 대한 지원을 줄여 트럼프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영국 가디언 등 다른 언론들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총재가 개인적인 결정으로 사임했으며 외압에 의해 물러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문제는 후임이다.
지난 1946년부터 업무를 시작한 세계은행은 각국 경제에 투자해 생활수준 향상을 꾀했으나 사실상 최대주주인 미국의 입김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미 재무부는 세계은행 투표권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설립 이후 지금까지 모든 총재는 미국인이었다.
김 총재가 처음 선임됐던 2012년에도 콜롬비아와 나이지리아 후보가 김 총재와 경합했으나 밀려났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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