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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또 물건너간 증권거래세 폐지…대만 전철 밟나?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8 16:32

수정 2019.01.11 10:15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또 물건너간 증권거래세 폐지…대만 전철 밟나?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없애지 않기로 결정했다. 증권거래세를 없애거나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라는 이른바 '개세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를 걷으면서 양도소득세도 같이 걷는 이중과세의 문제점도 있다. 세계 주요국가는 상장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2018년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증권거래세 인하나 폐지는 당장은 쉽지 않은 과제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증권거래세는 2022년까지의 계획이 이미 법(시행령)에 담겨있고 그에 따라서 양도차익 과세를 확대하는 스케줄대로 가보겠다. 그렇게 해도 주식 전체 거래자의 극히 일부분만 양도차익과세가 된다. 당장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기재부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낮추면 세수 결손과 주식시장이 투기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증권거래세율을 0.1%포인트 낮추면 세수가 2조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의 생각은 다르다.증시활성화와 기업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려면 우선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해서 증시가 활성화되면 세수 감소 문제도 해소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들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된다는 보고서를 냈다.자본연 '상장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전환 성공 및 실패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다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주식 양도차익 과세 전환에 성공한 사례라고 꼽았다. 이와 반대로 대만은 양도소득세 전환을 반복적으로 시도했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1989년부터 양도소득세를 재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를 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했다. 1989년 0.55%에서 0.3%로 낮췄으며 1996년에는 0.21%, 1998년 0.1%로 인하한 후 1999년 폐지했다.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소득세가 병존했던 1989~1998년 동안 증권거래세율을 점차 인하하면서 시장의 충격을 줄였다. 이로 인해 증권거래세의 세율이 낮아지면서 상장 주식 관련 전체 세금 총계는 증권거래세만 걷던 1988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2005년부터 기존 세금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또 물건너간 증권거래세 폐지…대만 전철 밟나?

반면 대만은 1988년 주식시장이 과열되자 시장을 안정시킨다며 기존 증권거래세에 추가해 1989년 1월 1일부터 취득한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했다. 대만 TWSE 지수는 1988년 1월 2341에서 양도소득세 과세 발표 시점인 9월24일 8789까지 급상승했다.하지만 과세안 발표 직후 한 달 동안 TWSE 지수는 8789에서 5615로, 일일 거래금액은 17.5억 달러에서 3.7억달러로 급감했다. 이에 대만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0.3%에서 0.15%로 낮추고 양도소득세 면세한도를 11만300달러에서 36만7600달러로 올리는 등 시장 부양에 적극 개입했다.

정부의 개입으로 주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나 주식투자자 상당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우회하자 결국 대만 정부는 1990년 1월부터 양도소득세 부과를 철회하고 대신 증권거래세를 0.6%로 인상했다. 또 대만은 2013년 중반 다시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를 추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8년까지 시행을 유예했으나 개인투자자들의 극심한 반발 속에 2016년부터 양도소득세 과세를 철회했으며 주식 거래량을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증권거래세를 0.3%에서 0.15%로 절반으로 인하하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일본은 장기적인 추진 계획으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면서 "그러나 대만은 실명 거래 환경의 미비 속에 시장 과열을 막고자 양도소득세 전환을 반복적으로 추진했으나 투자자 반발과 거래 위축으로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금융·증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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