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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삼성전자,작년 실적 신기록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8 14:40

수정 2019.01.11 10:15

반도체, 4분기 이어 올해도 과잉생산·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디바이스솔루션과 스마트폰 등 IT·모바일 부문 영업익 줄 듯
AI, 바이오, 5G, 전장부품 '4대 미래성장 사업' 본격 육성나서

삼성전자가 8일 지난해 연간 및 4·4분기 잠정실적을 내놨다. 그런데 연간과 4·4분기 실적은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연간 실적으로는 매출과 이익 모두 신기록을 작성했지만 4·4분기만 보면 쇼크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연간 6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4·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9.8%나 줄어들며 어닝쇼크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반도체가 4분기에 이어 올해도 과잉생산에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삼성은 올해 바이오 등 성장산업 확충으로 건전한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이같은 상황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뜻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상반기 약세 이어 하반기 회복 가능성 불투명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할 때만 해도 '연간 매출 250조원·영업이익 65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4·4분기 실적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면서 실제 수치는 낮아졌다. 이는 신기록 행진을 주도했던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도 흑자 폭을 확대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Q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운 소비자가전(CE) 부문이 비교적 선전했지만 반도체 등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스마트폰 등 IT·모바일(IM) 부문은 모두 영업이익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연말 상여금으로 8000억∼1조원의 비용 발생이 생긴 것도 영업이익 감소의 요인으로 지목됐다.물론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는 2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수치다. 그러나 2017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인데다 특히 전분기 17조 57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깬 직후여서 충격은 더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상반기까지는 약세가 이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하반기 회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지난해 8월 총 180조원에 달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놨던 이재용 부회장은 인공지능(AI), 바이오, 5G, 전장부품 등 이른바 '4대 미래성장 사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TV와 스마트폰, 반도체에 이어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쟁업체들의 도전이 거센 상황이어서 '험로'가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 수출 주력 상품 수출 둔화
수출 환경 역시 삼성전자의 고전을 미리 예고하는 지표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 여파로 반도체 등 주력상품의 수출 둔화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어든 탓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경이적으로 8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상승 규모는 지난해 11월 7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축소됐다.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 주력 수출 품목의 단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세계 교역량이 둔화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1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0억 6000만달러였다. 경상수지 흑자는 2012년 3월부터 지금껏 이어지며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흑자 규모는 지난해 4월(17억 7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특히 추석 연휴 이후 10월 수출이 28.8% 뛰어 572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이끌어온 상품수지가 주춤했다. 상품수지는 79억 7000만달러 흑자로, 역시 작년 2월(59억 3000만달러 흑자) 이후 최소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수출이 1년 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친 여파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석유제품 등 주력 품목 단가 상승이 둔화했고 미중 무역분쟁이 현실화하며 세계 교역량이 둔화했다"며 "반도체 단가 상승 둔화, 세계 교역량 둔화는 일시적인 요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위축이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로 이어지고 이것이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산업·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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