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스크드 싱어'는 MBC의 복면가왕을 리메이크했다. 사회자만 김성주 대신 팝 디바 머라이어 캐리의 남편인 닉 캐넌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가면을 쓰고 나와 가창력을 겨루는 출연자들과 가면 속 인물의 정체를 추측하는 연예인 패널 등 포맷은 그대로였다. 2015년 4월 첫선을 보인 복면가왕은 2012년 시작한 JTBC '히든싱어'와 함께 대중음악을 매개로 한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K팝과 게임, 영화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는 오래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빌보트 차트 기록으로 입증된 세계적 인기몰이가 그 징표다. 이에 비해 덜 주목을 받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예능 프로도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돼 왔다. 히든싱어 포맷이 중국에서 리메이크된 데 이어 복면가왕도 태국, 중국, 인도 등 7개국에 이미 수출됐다. 지금도 중국 장쑤위성 tv에서 '몽면가왕'(夢面歌王)이란 이름으로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그간 미국 등 구미시장은 한류 예능이 넘기 힘든 벽이었다. 언어와 문화적 이질감 때문이었다. 2013년 전체 방송사 수출액의 1%대였던 방송 포맷 수출액은 2016년 16%로 급증했지만, 미국시장 비중은 미미했다. 하지만 tvN '꽃보다 할배'가 한류 포맷으로 처음 미국 시장을 파고든 데 이어 이번에 복면가왕이 드디어 연착륙에 성공한 형국이다. 하긴 음악이나 '끼' 등은 그 자체가 만국공통어가 아닌가. 신대륙에서 복면가왕의 성공 스토리는 뭘 뜻하나. 남다른 창의력으로 무장한 콘텐츠라면 어지간한 문화장벽도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음을 생생히 보여준 사례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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