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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미국판 복면가왕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7 16:54

수정 2019.01.07 16:54

미국판 '복면가왕'이 2일(현지시간)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폭스TV의 '더 마스크드 싱어'는 첫 방송에서 936만여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첫 경선 탈락자가 하마 가면을 벗으면서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 안토니오 브라운으로 확인되자 방청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국산 예능 프로그램이 바다 건너편에서 '대박 행진'을 예고한 셈이다.

'더 마스크드 싱어'는 MBC의 복면가왕을 리메이크했다. 사회자만 김성주 대신 팝 디바 머라이어 캐리의 남편인 닉 캐넌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가면을 쓰고 나와 가창력을 겨루는 출연자들과 가면 속 인물의 정체를 추측하는 연예인 패널 등 포맷은 그대로였다.
2015년 4월 첫선을 보인 복면가왕은 2012년 시작한 JTBC '히든싱어'와 함께 대중음악을 매개로 한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K팝과 게임, 영화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는 오래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빌보트 차트 기록으로 입증된 세계적 인기몰이가 그 징표다. 이에 비해 덜 주목을 받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예능 프로도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돼 왔다. 히든싱어 포맷이 중국에서 리메이크된 데 이어 복면가왕도 태국, 중국, 인도 등 7개국에 이미 수출됐다. 지금도 중국 장쑤위성 tv에서 '몽면가왕'(夢面歌王)이란 이름으로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그간 미국 등 구미시장은 한류 예능이 넘기 힘든 벽이었다. 언어와 문화적 이질감 때문이었다.
2013년 전체 방송사 수출액의 1%대였던 방송 포맷 수출액은 2016년 16%로 급증했지만, 미국시장 비중은 미미했다. 하지만 tvN '꽃보다 할배'가 한류 포맷으로 처음 미국 시장을 파고든 데 이어 이번에 복면가왕이 드디어 연착륙에 성공한 형국이다.
하긴 음악이나 '끼' 등은 그 자체가 만국공통어가 아닌가. 신대륙에서 복면가왕의 성공 스토리는 뭘 뜻하나. 남다른 창의력으로 무장한 콘텐츠라면 어지간한 문화장벽도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음을 생생히 보여준 사례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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