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세금으로 올린 최저임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7 16:54 수정 : 2019.01.07 16:54

고용충격 막느라 재정 눈덩이.. 예상도, 원하지도 않은 결과
정책결정 과정 합리성 안보여



서울 성동구 S아파트는 지난해 초 경비원과 미화원 16명의 월급을 10만~25만원 올렸다. 그 대신 정부로부터 일자리안정자금을 1인당 13만원씩 지원받았다. 그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의 상당 부분을 메울 수 있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영세 사업주의 최저임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다.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세금으로 대신 내주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해 이렇게 쓴 일자리안정자금 총액이 2조5000억원을 넘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근로장려금으로 1조3000억원, 두루누리자금으로 9000억원이 더 들어갔다. 이를 모두 합치면 4조7000억원이나 된다. 올해에는 이런 용도로 사용될 세금이 지난해의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난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지원 용도로 9조원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재정투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두자릿수로 올리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재정투입액이 9조원까지 불어났다. 이것은 복지 확대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복지는 정부가 세금으로 하는 게 맞지만 최저임금은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최저임금은 복지 이전에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 가격변수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흔들어대면 시장이 무너진다. 그래서 간단히 볼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이 격감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복지를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용시장과 재정에 두 번의 충격을 주어 저소득층 복지를 오히려 해치는 결과를 낳고 있어서다. 1차로 경제와 시장에 충격을 주어 고용을 감소시킨다. 2차로 막대한 세금 투입을 유발해 재정에 또 한번 충격을 준다. 결국 고용은 나아지지 못하고 정부는 헛돈만 쓰고 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길이 열릴 수 있다. 최저임금을 수용성 범위 안에서 올린다. 막대한 세금이 절약된다. 그 돈으로 저소득층 소득지원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사업을 한다. 고용도 나아지고 저소득층 소득도 늘어난다.

이처럼 다른 길이 있는데도 실패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정부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는가. 정부는 2017년 최저임금 16.4% 인상을 결정하면서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을 준비했다. 300만명에게 100만원씩 나눠주면 고용충격이 해소될 것으로 봤다. 고용위축이 나타나자 청와대는 한두 달이면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고용위축은 1년 내내 계속됐다.

둘째, 정부는 이런 결과를 원했는가. 민간기업 임금을 정부가 책임져주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옛 소련권 국가들 외에는 없다. 문재인정부가 복지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마당에 민간기업 직원들 월급까지 대신 내줄 생각은 애당초 하지 않았다. 정부의 최저임금 관련 대규모 재정투입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원하지 않은 대책으로 대응한 결과다.

셋째, 이런 식의 재정투입은 효율적인가. 최저임금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0~2017년 사이 최저임금은 연평균 6.2% 올랐다. 이 기간 중 전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근로자 비율(최저임금 미만율)은 연평균 11.7%였다. 올해에는 이 비율이 25%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25%면 500만명이다. 9조원을 이들에게 나눠준다면 1인당 연간 180만원씩 줄 수 있다. 차라리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고 세금을 나눠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정책을 정부는 왜 고집할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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