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경제'에 꽃힌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년사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4 15:06

수정 2019.01.11 10:16

세계대공황의 그림자가 미 대륙을 휘감던 1933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에 오른 루즈벨트대통령은 "대공황은 우리가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고백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힘겨운 현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부의 공평한 배분'이라는 새로운 경제 공식으로 시민들에게 일자리와 먹거리를 되찾아줬다. 당시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정세를 위기에서 구한 뉴딜정책을 통해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확 달라진 올해 신년사가 눈길을 끈다. 박 시장의 올해 신년사는 '경제'로 시작해서 '경제'로 끝을 맺을 정도로 경제화두로 빼곡히 채웠다. 취임 후 줄곧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강조한 탓에 '복지시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박 시장이기에 이번 신년사 내용은 이례적이다.
복지의 '복'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서울시와 한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성찰도 빼놓지 않았다. 1대99 불평등, 고착화된 저성장, 저출생·고령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 도전,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 수직상승하는 청년실업 등의 경제현실을 바로보지 않고는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민생경제를 일으킬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각오로 서울지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1세기들어 세계경제 질서는 추격형 경제에서 혁신 경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박 시장은 올해 사람투자, 혁신창업, 공정경제에 초점을 맞춰 시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창조와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어 서울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민생경제를 살리는 지렛대로 쓰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홍릉, 마곡, 양재, 창동, 상암, 개포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혁신거점으로 본격 육성한다. 이 가운데 상암과 마곡은 이미 완성단계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년간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10대기업 중 절반이 새롭게 진입한 미국 처럼 이들 지역을 혁신 창업의 산실로 가꾸겠다는 게 박 시장의 계획이다. 혁신창업기업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창업지원공간을 100여개로 늘리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서울미래성장펀드를 조성해 서울형 혁신성장기업 2000여 곳에 투자한다.

박 시장은 '모두를 위한 경제', 이른바 '위코노믹스(WECONOMICS)'라는 새로운 경제철학을 제시했다. 위코노믹스는 대기업의 지속발전, 중소기업의 성장, 노동 존중과 복지 등이 함께 어우러진 선순환 구조로 만들자는 뜻이다.
서울은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며 바로미터다. 가뜩이나 올해 한국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박 시장의 신년사가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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