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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J턴하라] 계속해도 그만둬도 손해… 700만 자영업자는 오늘도 웁니다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2 17:15

수정 2019.01.02 17:15

J턴 갈구하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소득주도성장 큰 틀 이해하지만 10% 넘게 오른 최저임금에 경기마저 얼어붙어 장사 안돼
경제 불황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영업을 종료한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경제 불황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영업을 종료한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A씨(34)는 "해가 바뀌면서 '새롭게 잘해보겠다'는 다짐보다 '올해는 어떡하지'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매출과 월세, 알바생들 월급까지 포함해 운영계획 전반을 손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는 현재 가게 운영이 쉽지 않다고 판단, 처음 계약할 때보다 20% 이상 낮은 권리금으로 가게를 내놨지만 가게를 보러 오는 이들이 없어 '억지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 '최저임금'이다.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의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10%가 넘게 인상된 최저임금은 영세 자영업자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앓는 소리'가 나온다. 안그래도 경기가 얼어붙어 장사가 안되는데 최저임금이 또 한번 대폭 인상돼 운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최저임금·주52시간…연착륙 실패?

2일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현재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높은 인상률에 비해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최저임금은 29% 올랐다. 소득주도성장, 저소득층의 삶의 질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겨냥했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의 불만만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는 국민 아니냐"는 거친 목소리도 나온다.

그나마 자영업자들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영업자 추가 지원대책이 실효를 거두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위해 마련된 추가 대책은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대상을 2배 이상 확대하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대상자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서모씨(30)는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며 "그나마 최근 나온 정책들 중에서는 가장 우리(자영업자)편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현 정부의 가장 대표적 경제정책 중 하나로 꼽히는 주52시간 근무제도 연착륙에는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계도기간이 만료되고 나서야 정부는 부랴부랴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현재 3개월로 정해져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것과 계도기간 자체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속된 불만…불식시킬 수 있을까

'이영자'라는 말이 유행이다. 20대와 영남, 자영업자들이 문재인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데서 나온 줄임말이다. 이 중 20대와 자영업자들이 현 정부를 외면하는 이유가 경제에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이들의 지지율을 보면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7530원의 최저임금이 처음 시행된 지난해 1월 현 정부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긍정평가는 66.8%, 부정평가는 29.7%였다. 하지만 만 1년이 된 지난해 12월 기준 자영업자들의 긍정평가는 39.4%로 대폭 줄고 부정평가는 57.9%로 크게 늘었다. 1년이란 기간 동안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취업에 부침을 겪고 있는 20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81.9%에 달했던 현 정부에 대한 20대의 긍정평가는 지난해 12월 기준 51.3%까지 떨어졌다. 30%포인트 이상 떨어진 셈이다.

남북관계와 국제정세 등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청년일자리 정책 등 20, 30대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펼쳐온 문재인정부에 20대 지지층 이탈은 큰 아픔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민주당 정책심포지엄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나섰다.

김용기 아주대학교 교수는 "15세 이상 취업자 2700만명 가운데 자영업자가 700만명"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시대적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추진되기 위해선 자영업 대책이나 중소 상공인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주체 전체를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이 아쉬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출범 이후 세번째 해를 맞는 현 정부가 어떤 경제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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