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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J턴하라] 혁신창업가 2인에게 듣는다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2 17:02

수정 2019.01.03 17:21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문재인정부 혁신성장 70점 ..일관성 있지만 제도개혁 더디다"
4차산업혁명의 중심은 스타트업..기회 주고 투자하는 생태계 만들면 어디서든 혁신 일어날 수 있어
규제샌드박스법 통과 다행이지만 한국 여전히 글로벌 기준 못미쳐..정부 어떻게 결실 내느냐가 관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10년 지기다. 포털 다음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한 건물에서 이웃사촌으로도 일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최 대표와 임 센터장은 스타트업의 최전선에 서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연말(12월 18일) 스타트업 업계의 친구이자 혁신 전도사와의 대담에서 혁신성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혁신은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니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시장의 비효율을 스타트업이 해결하는 것이 혁신성장이다.
' 최 대표와 임 센터장은 스타트업이 마음껏 놀고 뛰고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면 어떤 분야든 혁신성장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3대 기조 중 하나인 혁신성장에는 70점을 줬다. 혁신성장 방향 설정은 맞았지만 정부는 규제를 속시원하게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핀테크 등 혁신성장의 수요는 폭발하는데 규제는 성장을 가로막았다고 이들은 진단했다.

최성진 대표, 임정욱 센터장
최성진 대표, 임정욱 센터장


실제 지난해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곳곳에서 충돌했지만 정부는 선택하지 못했다. 이들은 집권 3년차, 혁신성장의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선 정부에 '혁신할 것인가, 안정을 유지할 것인가' 되물었다. 즉 올해 혁신성장 정책은 정부의 '선택'과 '운용의 묘'에 달렸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는 진정성 있게 스타트업을 지원해 성공사례를 만들고 △정부 정책자금을 압도하는 민간자금이 스타트업 투자로 쏟아져 재투자·재창업을 통해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혁신성장의 성과를 나눠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성장은 정부 차원의 화두가 됐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정의하는 혁신, 혁신성장은 무엇인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과 기존 경제가 디지털경제로 전환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나는데, 이를 세계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작고 가볍게 시작해서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를 혁신성장이라고도 한다. 제조업, 건설업 등 기존 성장동력이 정체된 것은 분명하고, 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혁신성장에서 찾고자 한다. 혁신성장의 핵심영역에 바로 스타트업이 있고, 스타트업이 얼마나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투자하는 생태계 조성에 혁신성장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정부는 드론, 스마트시티 등 혁신성장 8대 과제를 선정했는데 이 같은 기존 경제개발계획 방식에서 정책적 접근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조성하고, 기회를 주는 환경을 만들면 어떤 영역이든 혁신성장이 일어나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혁신은 시장의 비효율, 시장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이 글로벌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대기업도 트렌드 변화를 타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국내 1세대 유니콘기업 중 TV 셋톱박스를 만든 글로벌 강자가 있다. 지금은 넷플릭스, 유튜브가 이끄는 시대다.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1000억원대로 떨어졌다. 기업이 자기 혁신을 할 수 있나. 스타트업은 트렌드를 타며 시장 문제를 해결한다. 네이버, 다음, 엔씨소프트와 같은 회사가 나와 수천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그런 것을 해줘야 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지난해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점수를 매겨보면.

▲임=70점이다. 문재인정부는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일관성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만들고 돈을 많이 쏟아붓고, 이전 정부에서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이어가고 있다. 앞에서 온 성장하는 분위기를 잘 이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규제를 푸는 점은 약하다.

▲최=저도 70점이다. 하지만 내려가는 70점이다. 올해 혁신성장 또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책을 잘 펼치지 않으면 평가가 낮아질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이전 정부에서 전환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이전 정부의 청년 취업대책에서 국가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규제혁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접근했다고 본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려는 접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규제샌드박스법 통과도 국회에서 얻어낸 성과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줄 것인가에선 물음표가 있다.

―규제샌드박스법이 스타트업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나. 보완할 점은.

▲최=규제샌드박스법이 통과된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잘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가 스타트업의 혁신성장을 도와준다는 자세로 이 제도로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신사업, 비즈니스를 확장해주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다. 만약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는데 정부 심의에서 탈락하면 한국 사회에서 이 사업은 해서는 안될 사업으로 낙인 찍힐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 또 시장에 출시하더라도 부대조건을 까다롭게 달면 사업성이 떨어진다. 즉 정부가 어떻게 잘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임=제도가 어렵고 복잡할수록 스타트업이 다 따져가면서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그러면 관련 대기업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도와줘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줘야 한다. 일본은 혁신특구에서 라이드셰어링(승차공유)을 시도해보고 전국으로 확장한다. 역시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

―지난해 스타트업계는 어땠나. 올해 스타트업계를 전망해보면.

▲임=지난해 벤처투자금액이 3조3000억원을 넘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스타트업 투자환경이 안 좋다는 사람이 확연히 줄었고, 유니콘 스타트업도 2개 나왔다. 100억원 이상 투자받는 스타트업도 많아졌다. 하지만 규제가 속시원하게 해소되지는 않았다.

▲최=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지난해 스타트업의 사회적 위상이 그래도 올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정식 사단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혁신성장 옴부즈만으로 참여했다. 정부와 국회에 스타트업을 위한 규제혁신을 말할 때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진지하게 듣는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적·환경적 측면에서 개선할 것이 많다.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스타트업에는 기회 자체가 적다.

▲임=올해는 '위기가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3년 전 메쉬코리아가 부릉 플랫폼을 내며 음식배달을 소개할 때 하루 처리건수가 1만2000건이었다. 지금은 12만건으로 10배 성장했다. 성장 계기는 아이러니하게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할 수 없게 되면서 배달 처리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같이 시장 상황을 읽고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또 기회가 클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모빌리티에서도 혁신이 온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규제로 막혀 있다는 점인데, 이는 '혁신이냐 안정이냐'의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최=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해 발간한 '트렌드 리포트' 설문조사를 보면 대기업 종사자와 대학생은 스타트업에 가고 싶은 생각이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 바깥의 평가다. 좋은 스타트업이 나와서 성과를 내는 것 만큼 그 성과를 나누고 스타트업에 재투자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순간 정부 정책 방향이 달라지고, 투자자의 관심이 줄면 언제라도 안 좋은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스타트업이 혁신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혁신이 이뤄졌을 때 성과를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 좋겠다.

▲임=맞다. 우리 사회는 혁신보다 불편함에 익숙한 사회 같다. 동남아와 비교해도 혁신에 뒤처진 나라가 됐는데 한국 사회는 불편함을 모른다. 이제 한국은 신기술에서 앞서 있다고 할 수 없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지난해 유니콘기업이 두 곳 탄생했다. 올해는 누가 합류할까.

▲임=올해는 모르겠지만 내년에 해외진출 러시가 일어나면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기업이 꽤 많다. 직방, 마켓컬리, 메쉬코리아, 베스핀글로벌, 하이퍼커넥트, 쏘카 등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에스티유니타스도 상당히 기대할 만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나 크래프톤(구 블루홀)은 이미 유니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니콘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인수합병(M&A) 등 좋은 엑시트를 해야 한다. 돈을 번 사람이 재투자하고 돈을 번 창업자가 연쇄창업을 하고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유니콘 유망주가 많고 그렇게 성장한 것은 긍정적이다. 지속될 수 있을까 걱정된다. 2000년대 중반까지 창업생태계가 굉장히 암울했다. 유니콘이 계속 나오기 위해서는 대기업 등 민간자본을 스타트업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벤처투자자금 3조3000억원 중 정책자금 비중이 60%로 여전히 높다. 민간 투자자금이 정책자금을 훨씬 압도해야 한다. 또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약 300개인데 미국 120개, 중국 80개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동남아시아와 한국 유니콘기업 숫자가 비슷하다.

▲임=우리나라 시장 규모를 생각해보면 자괴감이 들 필요는 없다. 영국, 프랑스, 독일도 우리나라보다 약간 많은 정도다. 일본은 유니콘 스타트업이 하나밖에 없다. 다만 제가 열거한 회사가 유니콘이 되려면 한국 시장이 아주 크든지 해외에서 성과가 나야 한다. 이커머스 시장, 음식배달 시장은 한국 시장규모가 세계에서 손꼽히기 때문에 한국에서 1등 해도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카풀(승차공유)이 국민적 이슈가 되면서 공유경제가 혁신인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최=공유경제라기보다 플랫폼경제라고 봐야 한다. 모든 산업영역이 플랫폼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플랫폼경제는 자원의 배분, 수요와 공급의 효율적 매칭에서 굉장히 큰 강점이 있고, 거래비용을 줄이고 시장 크기를 키워서 결과적으로 모든 참여자에게 기여하는 것이 일반적 결론이다. 모빌리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택시가 택시호출 서비스를 출시해 택시기사 수익이 30% 늘었다는 것은 실증적 데이터다. 모빌리티 분야는 정부 규제만 풀리면 할 수 있는 기업이 모두 준비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해관계 조정만 할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 성과를 함께 누릴 수 있는지 비전을 보여주고 설득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임=이 문제의 본질은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나. 아이폰을 막을 수 있었나. 택시산업은 가라앉고 있다. 사납금 구조가 잘못됐고, 법인택시 회사는 리스크를 지지 않는 구조다. 나라에서 지원하고 사납금을 올리면 택시 노동자가 다 짊어지는 불합리함이 있다. 새로운 것을 하는 회사에 기회를 주고 국민 전체의 편익,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런 것을 해야 하는데 왜 못하게 하는가.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자고 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하거나 대가를 주지 않는다. 미국에서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나왔으면 택시회사는 돈 내고 그 서비스를 써야 한다.
우리는 반대다. 음식배달 중개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공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사회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우버가 나올 수 없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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