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문순의 시선] 새해에는 실사구시 실천하길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1 17:03

수정 2019.01.01 17:03

[강문순의 시선] 새해에는 실사구시 실천하길

"이 겨울, 집집마다 눈길을 걸어 찾아가 손을 꼭 잡고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중략) 미처 살피지 못한 일들을 돌아보며 한분 한분의 삶이 나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일 문재인 대통령이 SNS를 통해 전한 새해 인사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았다. 오는 10일이면 임기 5년, 60개월의 임기 가운데 정확히 20개월, 즉 3분의 1이 지난다. 그간의 성과는 다 아는 바다.
우호적 대북 관계 등 대외적으로는 성과가 많다. 하지만 민생과 관련된 경제분야를 보면 낙제점을 줘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20개월은 역주행의 연속이다. 저출산과 양극화라는 문제는 오히려 나빠졌다. 지난해 성장률 전망은 3.0%에서 2.7%로 내리막이다. 올해는 2%대 초반 예측도 나온다. 경제 규모가 13배를 넘는 미국보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다. 취임 이후 줄곧 '일자리정부'를 외쳤지만 고용성적표는 참담하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안팎의 경고도 무시한 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며 경제약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그럼에도 어설픈 정책실험은 계속된다.

새해에도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는 물론이고 국내적으로도 주휴수당 지급, 최저임금 10.9% 인상,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종료까지 겹치면서 산업현장은 3대 노동쇼크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일자리부터 비상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하나만 올렸는데도 취업자 수 증가폭이 30만명에서 10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주52시간 근무제 단속이 본격화하고 휴일도 근로시간에 넣는 올해는 얼마나 더 나빠질지 알 수 없다. '인건비 주다 망하는 것보다 맘대로 쓰다 망하는 게 낫다'는 자영업자의 절망은 과장이 아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1년 새 70%대에서 40%대로 추락한 이유다.

지난해 1월 주요 부처 장차관과 청와대 핵심 간부들이 '최저임금 현장'을 찾아 쓴소리를 들었다. 당시 서울 신림동 분식점을 찾은 장하성 정책실장이 "(최저)임금이 올라야 쓸 돈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분식점 종업원은 "장사가 잘돼야 임금 받는 게 편하다"고 답했다.

홍장표 경제수석은 서울 신당동 설렁탕집 주인에게 "사람 더 쓰시라"고 했다가 "그러면 남는 게 없다"고 면박을 당했다.

물론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무시간을 줄여 여유로운 생활을 하자는 취지는 옳다. 문제는 과속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가 결과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2년짜리 비정규직을 양산한 노무현정부 시절 비정규직보호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은 지난여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실사구시를 얘기했다.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면서 "실사구시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이 높아져야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별반 나아진 건 없다.
시장 논리보다는 가치와 철학을 중심으로 경제 운용을 해온 성적표는 이미 받아들었다. 실사구시를 하려면 경제를 보는 이분법적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
새해에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미처 살피지 못한 일들을 돌아보길 바란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자본시장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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