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한국경제 반·바 쌍두마차로 가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31 15:36 수정 : 2018.12.31 15:36

반도체 외끌이만으론 벅차 이제 바이오 신화를 쓸 차례
셀트리온·삼바 등 도약 채비



반도체 없는 한국 경제를 상상할 수 있을까. 지난해 1~11월 수출에서 반도체는 21%를 차지했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1위, SK하이닉스가 2위를 달린다. 코스피 시총의 약 20%가 두 회사 몫이다. 기업 실적엔 늘 반도체 착시 경고문이 붙는다.
두 회사를 낀 실적과 뺀 실적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반도체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부터 호황 사이클이 한풀 꺾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성장동력을 찾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나는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1순위로 꼽고 싶다.

바이오는 말 그대로 뜨는 산업이다. 시장은 메모리반도체보다 더 크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1240억달러(약 139조원) 규모다. 같은 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80억달러에 이른다(이밸류에이트파머). 성장세도 놀랍다. 연평균 9%씩 성장해 2024년에 38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25% 수준이다. 이 수치는 해마다 쑥쑥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는 우리에게 친숙한 화학합성의약품과 다르다. 화학합성의약품은 대개 알약이다. 주로 입으로 복용한다. 바이오는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다. 알약이 아니어서 정맥·근육주사를 맞는다. 그만큼 생산공정이 복잡하고 어렵다. 그 대신 암, 당뇨, 류머티즘성관절염,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퇴행성 질환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다. 고령화 추세 덕분에 바이오의약품을 찾는 환자는 갈수록 넘쳐날 게 틀림없다. 로슈, 머크, 화이저 등 메이저 제약사들이 일제히 바이오에 힘을 쏟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시장에 한국 기업들도 깃발을 꽂았다. 선두주자인 셀트리온은 지난 2002년 설립 이래 램시마·트룩시마와 같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011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시밀러는 복제약이다. 하지만 알약 복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복제약이라도 살아 움직이는 세포를 배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약 복제를 오리지널과 동일하다는 뜻에서 제네릭이라고 부르는 반면 바이오 복제는 비슷하다는 뜻에서 시밀러라고 한다. 국내에는 시밀러뿐 아니라 바이오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당찬 토종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도 꽤 많다.

36년 전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진출이라는 대범한 결단을 내렸다. 당시 대학에선 전자공학과가 제일 인기가 좋았다. 이제 반도체 신화를 바이오가 이을 차례다. 요즘 똘똘한 젊은이들은 너나 없이 의대·약대로 몰린다. 다행히 바이오 시장엔 택시·버스 같은 기득권 세력도 없다. 신화 창조에 딱 알맞은 환경이 조성됐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임두빈 수석연구원은 "한국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후발주자였지만 글로벌 강자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한국공인회계사회 'CPA BSI 2권' 내 '바이오제약산업, 한국 경제의 혁신성장을 이끌 것인가'). 새해 경제전망이 어둡다. 반도체 하나만으론 벅차다. 적어도 둘은 있어야 한다. 장차 반도체·바이오 쌍두마차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길, 2019년이 그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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