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 칼럼]

미국판 국가 부도의 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8 16:57 수정 : 2018.12.18 16:57

최근 많은 사람들이 '국가 부도의 날'을 영화로 보았지만 영화는 극적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삽입한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우리가 맞았던 위기상황을 사실에 입각해 돌아보며 향후 이런 어려움을 다시 겪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달 뉴욕대학에서 개최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을 돌아보는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주제들이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앙은행 총재였던 벤 버냉키 박사는 이 회의에서 '경제위기(financial crisis)'와 '공황(panic)'의 차이를 강조했다. 경기는 항상 순환하며 고점과 저점이 있기 때문에 경제위기는 향후에도 다시 올 수 있으나 파산의 공포로 인해 자금순환이 비정상화돼 우량한 기업들까지 도산하며 많은 일자리가 한꺼번에 없어지는 공황 상태로 번지는 것은 제도개선을 통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물론 그 제도개선 과정에서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면 새로 생긴 규제들로 인해 미국 은행들의 자금유동성은 크게 개선됐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 규모 은행들이 갖게 된 과도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는 대형 은행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논의들이 많은 전문가들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고, 좋은 의도에서 시작돼 충실히 수행됐으나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 책임을 묻기보다는 교훈을 얻고자 하는 성숙된 분위기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느꼈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였던 멜빈 킹 박사는 공황 상태를 막기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과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01년 9·11 테러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테러 직후 뉴욕에 밤이 오고 영국시간 아침이 되었을 때 뉴욕에 진출해 있던 영국 대형 은행들이 큰 유동성 위기를 맞았으나 당시 미국 중앙은행 총재는 해외출장 중이었고 영국 중앙은행은 미국 소재 영국 은행들을 단독 지원할 입장이 아니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킹 박사는 영국 중앙은행과 미국 중앙은행의 컨퍼런스 콜을 주선해 300억달러(약 34조원)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방법으로 영국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었으며 이전부터 쌓아둔 신뢰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나라들이 자국으로 금융공황 사태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신청했으나 미국이 모든 요청을 수용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벤 버냉키 박사는 개도국 중 4개국이 달러 통화스와프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한국이 상대국이었다고 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 한·미 중앙은행과 정부 간 공조와 신뢰를 쌓는 것은 경제 안정과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신뢰 구축은 위기시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인력 교류 등을 통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필자는 금융과 재무 전문가가 되기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외국 유학을 갈 여건이 아니라면 이런 영문 인터넷 자료들을 충분히 활용해 실력을 쌓고 그 지식을 잘 활용해 개인과 가정 그리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잘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

박현아 뉴욕시립대학 재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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