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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차 떠난 뒤 손 흔든 한은 최저임금 보고서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6 17:04

수정 2018.12.16 17:04

최저임금 고용에 악영향
정책수정 계기로 삼아야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질수록 저임 근로자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실증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이런 내용이 담긴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1%포인트 늘어나면 이들의 급여는 1.1%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뿐만 아니라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0.68%포인트 높아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급여 격차도 5000원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과 일자리 및 저소득층 소득 감소의 인과관계를 밝힌 첫 보고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청와대는 현재의 고용부진과 소득분배 악화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로 말미암아 극심한 논쟁과 정책 혼선이 초래되고 정책대응 시기를 놓치는 결과가 빚어졌다. 소득주도성장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로 하여금 경제상황에 대한 오판을 불렀다. 그사이 고용부진이 소비·투자 악화로 이어지며 경제가 빠른 속도로 침체 국면에 빠지고 말았다.

한은이 이런 보고서를 왜 진작 내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크다. 보고서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기간은 2010~2016년이다. 시계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서둘렀다면 올 상반기 중에 보고서를 발표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했다. 그 무렵에 이런 보고서가 나왔다면 문 대통령의 오판을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랬다면 경제가 지금처럼 나빠지지 않도록 손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한은이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제 역할을 못한 것이 아닌가. 차 떠난 뒤에 손 흔들기는 한국노동연구원도 마찬가지다. 연구원은 지난 6일 최저임금의 부정적 영향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일자리 감소와 소득분배 악화가 최저임금 때문임이 분명해졌다. 보고서를 만든 한은은 국내에서 최고의 신뢰도와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이다. 더 이상의 논쟁이나 정책 혼선으로 인한 시간 낭비를 막아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기본 논리는 최저임금을 올려 저소득층 소득을 늘림으로써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그런 논리를 주장할 근거가 없어졌다. 청와대는 경제정책의 중심을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겨야 한다.
전면적인 정책 수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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