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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흉기에 사망 순간 “옷 갈아 입고 도망가라”..비극의 모정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7 12:00

수정 2018.12.17 12:00

母살해 ‘인면수심‘ 아들, 징역 20년 확정
아들 흉기에 사망 순간 “옷 갈아 입고 도망가라”..비극의 모정


과거 절도 등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고 직장을 꾸준히 다니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꾸중에 불만을 품고 흉기로 어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아들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에서 어머니는 "옷을 갈아입고 도망치라"며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아들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못했다.

■어머니가 꾸중한다고 패륜범죄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우모씨(38)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우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5시께 술에 취한 채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중 “뭐라도 해라, 가만있지 말고”라는 어머니의 말에 “잔소리 그만해라”하며 말대꾸를 했다.

이에 어머니가 양 손톱으로 목 부위를 할퀴고 뺨을 때리자 우씨는 순간적으로 격분해 나무의자를 양손으로 집어 들고 어머니의 머리 부위를 수회 내리쳐 바닥에 쓰러뜨린 뒤 문구용 가위로 목 부위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씨는 과거에 절도, 음주·무면허운전 등으로 구속되거나 처벌받은 일과 평소 직장을 꾸준히 다니지 않고 일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시는 것을 어머니가 탓하며 친누나들과 비교하고, “매일 사고만 친다“며 꾸지람을 하는 데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씨의 진술서에 따르면 어머니는 피를 많이 흘리며 사망하는 순간까지도 아들을 걱정하며 “옷을 갈아입고 현장에서 도망가라”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우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뒤 집을 나와 이틀 간 자동차 운전면허 없이 승합차를 운전한 사실에 대해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혐의도 적용했다.

■주취 상태 고려해도 비난가능성 높아
1심은 “피고인이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누나 등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 일부 유리한 정상도 존재하지만 직계존속인 어머니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범행 방법이 잔혹하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우씨는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은 피를 많이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구호조치 하기는커녕 자신의 범죄가 발각될 것을 염려, 어머니를 현장에 방치하고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옷을 갈아 입고 무면허 상태에서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다"며 "경찰로부터 추적당할 것을 염려해 휴대전화를 버리기까지 한 점 등에 비춰 범행 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현저한 사유가 없다“며 우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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