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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해빙무드 오나] 車 관세인하 약속 지킨 中… 화웨이 변수로 아직은 살얼음판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2 17:17

수정 2018.12.12 19:55

미국산 車 관세 40%→15% 정상간 합의사항 속속 이행
멍 화웨이 부회장 보석 석방.. 中, 불매·보복조치 가능성도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 앞에서 11일(현지시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들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멍 부회장을 일시적으로 풀어줬다. AP연합뉴스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 앞에서 11일(현지시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들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멍 부회장을 일시적으로 풀어줬다. AP연합뉴스

[미·중 해빙무드 오나] 車 관세인하 약속 지킨 中… 화웨이 변수로 아직은 살얼음판

【 베이징·서울=조창원 특파원 박종원 기자】 실타래처럼 꼬였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본궤도를 찾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일단 최근 양국 간 냉랭했던 분위기는 반전 국면을 보이고 있다.
양측 고위급 무역협상 일정이 구체화되는 데다 돌발변수로 터졌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를 둘러싼 논란도 급한 불은 꺼졌다. 더구나 미·중 정상이 합의했던 주요 의제들에 대해 중국이 순차적으로 약속이행 행보에 나서면서 무역협상 일정 앞에 드리웠던 강한 먹구름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양측 전략과 입장은 근본적으로 90일 안에 해결될 성격의 사안이 아니어서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는 상존해있다는 분석은 계속되고 있다.

■美 압박 받아주는 中…순차이행?

미·중 무역협상 추진을 위한 일정표와 로드맵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협상 타결을 가로막던 불확설성은 어느 정도 줄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요구한 사안들이 순차적으로 이행되는 조짐도 보인다. 대표적인 게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인하에 나섰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4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사안은 미국시간으로 전날 밤 이뤄진 류허 중국 부총리와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 통화에서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90일 휴전' 합의 직후인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산 차에 대한 관세를 줄어고 없애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측에서 구체적 합의사항을 함구하면서 미국산 차에 대한 관세인하가 불발로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이번 합의를 통해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 WSJ는 다만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이 같은 관세인하 합의가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미·중 정상회의에서 합의했던 협상의제인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보호, 사이버 침투와 절도 등 구조적 변화에 대한 중국의 개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무역협상 시한 전에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의 계열사 유니펙을 통해 미국 석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준비 중이란 외신 보도도 이어졌다. 미국이 기술도둑질의 주요 문제로 거론해온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해서도 중국이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는 절차를 내년 초 확정한다는 목표로 진행 중이다. 무역불균형 문제를 넘어 중국 측의 민감한 사안인 '중국제조 2025' 계획 변경 가능성도 거론된다.

■화웨이 변수 통제?…불씨는 여전

화웨이 사태가 미·중 무역협상에 미칠 가능성도 합리적 수준에서 통제되는 분위기다. 캐나다 법원은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해 캐나다 밴쿠버 체류, 보석금 납부, 전자발찌 감시 등을 조건으로 석방키로 결정했다. 화웨이 사태가 여전히 양국 갈등을 촉발할 변수로 현재진행형이지만 보석 허가를 통해 일단 일촉즉발의 충돌 가능성에서 벗어나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특히 미·중 양국이 모두 이번 멍 부회장 체포사건을 무역협상과 분리해 투트랙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주요 외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법무부의 멍 부회장 수사에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나라에 좋은 일이라면 나는 뭐든지 할 것"이라며 "분명히 역대 최대 무역합의가 될 것에 좋다고, 국가안보에 좋다고 생각한다면, 필요하다면 분명히 개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시 주석을 다시 만날 것이라고도 말했으며 트윗에선 "매우 생산적 대화가 중국과 진행 중이다. 중대발표를 기다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화웨이 사태가 무역협상에 미칠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화웨이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서 미국과 캐나다를 겨냥한 불매운동 및 보복조치가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마이클 코프릭을 억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 외교관 출신인 코프릭은 ICG의 선임고문으로 북한 관련 보고서 작성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가 억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가 최근 멍 부회장을 즉각 석방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이번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중국의 반격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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