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특활비 상납' 전직 국정원장들, 항소심서 1년씩 형량 줄어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1 11:36

수정 2018.12.11 11:36

법원 "국정원장은 회계직원 아니어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안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각각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각각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정원장 3명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줄었으나 실형을 면치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11일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2년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자격정지 2년도 함께 선고했다. 이들의 형량은 1심보다 각각 1년씩 줄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도 1심보다 1년 줄어든 징역 2년6월을,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직 국정원장들을 회계관계 직원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단순 횡령죄가 적용되면서 형량이 줄었다.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공여 혐의는 2심에서도 무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뇌물과 직무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특별사업비의 경우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여기에 따라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명에 대한 보답이나 직무와 관련해 이득이나 편의 제공을 기대하고 뇌물을 건넸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특별사업비는 특정목적에만 사용하도록 국민이 위탁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국민의 의사에 반해 대통령에게 교부하는 등으로 횡령해서 국가 재정에 큰 손실을 입혔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자기 돈처럼 함부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국가정보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고, 국가정보기관이 정치권력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지원했다는 점에서 두 집단의 유착에 해당한다"며 "이는 국가정보기관의 정치화를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보기관의 정치관여라는 불행한 경험은 우리가 이미 겪었다. 또 다시 되풀이되서는 안된다"며 "정보기관의 정치권력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정치권력에게도 독이 되는 행위다. 정치권력의 자금 사용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유사한 관행이 이전 정부에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만의 관행일 뿐 국민이 알고 시인하는 우리 모두의 관행은 결코 아니다"며 "청산돼야 할 위법적인 관행일 뿐이고, 우리가 행위 기준으로 참고하고 따를만한 그런 관행은 결단코 아니다"고 일축했다.

남 전 원장은 재임 시절인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원장 특활비로 배정된 40억원에서 매달 5000만원씩 6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및 뇌물공여) 등을 받는다.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도 재임 시절 각각 8억원, 21억원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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