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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우주개발을 왜 하나요?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0 17:13

수정 2018.12.10 17:13

[여의도에서] 우주개발을 왜 하나요?

어린시절 봤던 영화 중에 지금까지도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것들이 몇몇 있다. 그중 하나인 '콘택트'는 미지의 세계일 수밖에 없는 우주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해준 영화였다. 주인공 아버지가 전한 "이 거대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겠지"란 명대사를 통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 믿었던 내게 우주 밖 다른 생명체의 존재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다가왔다.

영화 '맨인블랙'도 빼놓을 수 없다. 외계인들 다수가 지구에서 인간으로 위장한 채 살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었지만, 내 마음을 끈 건 엔딩크레딧이었다. 마지막 장면이 끝난 후 카메라 시선이 점점 공중으로 높아지면서 '지구-태양계-우주' 순으로 빠르게 축소된다.
지구는 순식간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아졌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공룡같이 생긴 생명체가 우주 여러 개가 든 구슬을 가지고 노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실제 우주가 구슬 속에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주 전체로 봤을 때 분명 지구는 티끌 정도의 크기도 되지 못한다.

우주는 계속 팽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에서 우주의 끝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465억 광년이 걸린다고 한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하는 빛도 465억년이나 지나야 갈 수 있는 크기다.

영화 '콘택트'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한 말을 곱씹게 된다. 외계인의 존재나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이 공식적으로 발견된 적이 없지만, 아직 우리의 과학기술이 여기에 닿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 우주를 더 많이 알기 위한 각국의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소련은 1957년 '스푸트니크'라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켰다. 소련은 같은 해에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탑승시켜 생명체의 우주비행도 최초로 성공했다. 1961년에는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세계 최초로 유인우주비행에 성공했다. 그는 지구궤도를 한 바퀴 돈 뒤 108분 만에 무사 귀환했다.

소련을 따라잡기 위한 미국의 노력도 이어졌다.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발사,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이후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등도 우주 개발 역사에 남는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국내 우주 개발 역사에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누리호 시험발사체의 발사에 성공하면서 독자 기술로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2013년 나로호 발사 이후 5년 만에 자체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나로호의 경우 러시아의 로켓엔진을 사용했다.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이어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2A호 발사와 차세대 초소형 위성 발사 등 우주 강국을 향한 우리의 3종 세트가 줄줄이 성공하면서 국민들을 들뜨게 했다.

우주 개발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배정된 예산만 해도 6042억원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우주개발 계획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성공 직후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의 "'왜 우주를 가야 하느냐'는 말도 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한다.
국민적 동의와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처럼 확고한 응원과 지지가 필요한 때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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