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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여름, 스피드·내게 무해한 사람’ 공동1위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0 09:36

수정 2018.12.10 09:36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과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과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

교보문고 소설전문 팟캐스트 '낭만서점'이 '2018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리스트를 발표했다. 소설가 50명에게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출간된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 또는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소설을 한 권에서 다섯 권까지 추천 받았다.

먼저 1위는 여덟 명에게 추천 받은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와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 공동으로 영광을 차지했다.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는 작가의 첫 소설집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받으며 출간과 동시에 큰 이슈를 일으켰다.

게이라는 정체성을 당당히 밝힌 김봉곤 작가는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특유의 감성과 문체로 풀어내며 개성강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최은영 작가의 경우 한국 문단을 이끌 작가로 꼽히며, 2016년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서 이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번에 다시 1위를 차지하며 소설가들이 좋아하는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확인하였다.

다음은 일곱 표를 받으며 공동 2위를 차지한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과 이기호 작가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다. 김금희 작가의 경우 최은영 작가와 함께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며 역시 지난 2016년의 설문에서 ‘너무 한낮의 연애’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공동 2위를 차지한 이기호 작가는 해학과 풍자가 묻어나는 작품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중견 작가로, 이번 소설 역시 숨기고 싶은 우리 내면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로 잘 표현하고 있다.

3위는 다섯 표를 얻은 박상영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다. 박상영 작가는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장하였으며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사회적인 문제와 소재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밖에 네 명의 추천을 받은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손보미의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천희란의 ‘영의 기원’이 4위를, 구병모의 ‘단 하나의 문장’, 정세랑의 ‘옥상에서 만나요’, 정용준의 ‘프롬 토니오’가 세 명의 추천을 받으며 5위를 차지했다.

5위 안에 든 외국 작품은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가 유일했다. 한국 작가, 그 중에서도 젊은 작가의 저력이 돋보였던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낯선 감각이 아니라 익숙한 감각, 타자가 아니라 ‘나’ 자신 쪽으로 한국문학의 물길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출판 경향을 분석했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1위에 오른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와 3위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와 같은 퀴어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이는 문학의 다양성 측면에서 선택의 폭과 퀴어 장르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허남웅은 "주변부를 배회하던 낮은 목소리의 인물과 서사가 중심부에 진입하여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허희는 퀴어 소설의 약진에 대해 "현재 한국 문학장의 중요한 두 가지 축이 퀴어와 페미니즘이다"라고 말하며 "여기에 속하는 한국 신인 작가들이 쓴 소설집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많은 작가들이 이 흐름에 주목하고, 지지를 보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풀이했다.

이번 설문의 결과를 바탕으로 낭만서점의 두 진행자인 문학평론가 허희와 영화평론가 허남웅 그리고 민음사 한국문학 편집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박혜진, 교보문고 소설담당 구환회MD가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추천 도서 리스트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2018 이슈가 되었던 책들, 출판계 경향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교보문고 낭만서점 팟캐스트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이번 특별기획에 참여해준 작가들은 가나다 순으로 강태식, 강화길, 구병모, 권여선, 기준영, 김금희, 김동식, 김봄, 김봉곤, 김옥숙, 김이설, 김주연, 김혜진, 김휘, 도선우, 도진기, 박민정, 박상영, 박솔뫼, 배명훈, 백영옥, 서유미, 성석제, 손솔지, 안보윤, 윤이형, 은희경, 이기호, 이도우, 이립, 이석원, 이영훈, 이유, 임솔아, 임현, 전석순, 전아리, 정세랑, 정용준, 정이현, 정한아, 조남주, 조해진, 주원규, 천희란, 최민석, 한은형, 한창훈, 해이수, 황현진 까지 총 50명이다.

소설전문 팟캐스트 교보문고 낭만서점이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기획을 시작한 지 3년째다.
낭만서점 담당자인 윤태진 PD는 “소설가들이 선택한 소설은 여느 베스트셀러 목록과는 많이 달라 해를 거듭하며 더 많은 이들이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주목하고 있다”며 “소위 ‘업계’사람들이 추천한 어디에도 없는 이 특별한 리스트가, 책과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폭넓은 독서와 안목을 넓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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