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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회장딸 체포 보복당할라'… 中출장 꺼리는 美기업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9 17:29

수정 2018.12.09 19:45

시스코 "출장 자제" 이메일 보내
과거 중국대응 보면 가능성 충분.. 중국 다른 기업들도 출장 꺼릴듯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 위치한 화웨이 연구개발(R&D)센터. 로이터 연합뉴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 위치한 화웨이 연구개발(R&D)센터.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화웨이 멍완저우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가 다른 기업들의 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통신장비업체 시스코는 공식적으로 '실수'였다고 부인했지만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중국 출장을 자제하라는 e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세계 경기둔화세 속에 해외 출장도 위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불확실성 한가지가 더해지게 됐다.

■보복 우려···시스코 "출장 자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이하 현지시간) 시스코가 직원들에게 핵심적이지 않은 중국 출장을 중단하라는 e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캐나다에 요청해 지난 1일 밴쿠버 공항에 입국하던 멍 CFO를 체포한 것을 계기로 중국이 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시스코 직원 일부에 따르면 시스코는 직원들에게 7일 이같은 e메일을 보내고 곧바로 시행된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보도 직후 진화에 나섰다. 그런 e메일이 있다는 것은 시인했지만 이는 "일부 직원들에게 실수로 보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마찰을 우려한 해명인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 홍보실의 홍콩, 대만 담당자는 "일상적인 중국으로 출장은 지속되고 있다"면서 출장 중단은 시스코의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 가능성으로 인한 중국 출장 우려는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홍콩 정보분석업체 아르고 어소시에이츠의 제이슨 라이트 창업자는 멍 체포는 '도전적인 행동'이라면서 중국이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라이트는 "어떤 보복이건 신중하게 검토될 것"이라면서 "반독점 수사나 부패 관련 수사의 형태를 띨 수 있다. 많은 보복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수년간 중국의 대응양식으로 볼 때 보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제약, 상품, 도박, 금융산업 외국 임원들을 체포하고, 기소해왔고, 일부는 임원들의 모국과 중국간 긴장이 고조될 때 이뤄져왔다. 중국은 또 논란을 빚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외국인 임원들에 대해서는 출국 금지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앞서 10월에는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중국 당국의 수사와 관련해 직원들의 중국 출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中기업들도 전전긍긍

중국 기업 임원들은 이번 사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유수 기업 임원이 캐나다에서 미국의 요구로 체포된 것은 미국의 중국 기술굴기 억제 전략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동시에 중국 IT 업체 임원은 그 누구도 미국 아닌 어떤 곳에서건, 언제건 미국의 목표물이 될 수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화웨이를 포함해 중국 기술업체 고위 임원들과 접촉해 온 한 기업 컨설턴트는 SCMP에 다른 업체들도 기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 출장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해외에서 (어느 곳에서건) 안전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컨설턴트는 위험을 줄이고, 미 정부와 마차을 빚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을 할 때 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 섣불리 보복 못할 것"

그렇지만 중국이 섣불리 보복에 나서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프스트라대 로스쿨에서 중국법을 연구하는 줄리언 쿠 교수는 멍 체포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해도 중국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내 외국계 임원들에 보복하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쿠 교수는 그러나 애플 같은 큰 기업을 목표를 삼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라면서 "비록 극적으로 보이기는 하겠지만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해 중국이 실제 보복에 나서기는 어러울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미국의 보호주의에 맞서 세계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임하고 나선 최근 흐름도 중국이 보복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마치 중국이 미국보다 공정하고, 국제 교역 규칙을 잘 따르며, 기업친화적인 것처럼 포장해왔다.


중국 외교부는 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항상 중국 법률에 따라 중국내 외국인들의 법적 권리와 이해를 보호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그러나 외국인들 역시 중국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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