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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자리 걷어차며 어떻게 출산율 높아지길 바라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7 17:38

수정 2018.12.07 17:38

내년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6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2025년까지 초등 입학 전 아동 의료비를 전액 지급한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7일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의 골자다.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출산장려금 지급 위주에서 아동과 부모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먹혀들지 않은 건 사실이다.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갖가지 출산장려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어땠나. 합계출산율이 인구유지에 필요한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1.0명 이하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니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정책 수요자의 의사를 반영해 수정안을 낸 것은 옳다. 지난 10월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라. 우선해야 할 정책으로 '일·생활 균형'이 꼽혔으며, '주거여건 개선' '사회적 돌봄체계 확립' '출산 지원' 순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육아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대의는 맞다.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이용비율을 40%로 끌어올리고,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 제로화'를 추진한다는 목표가 그렇다. 다만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라는 청와대의 지침이 공회전 중인 데서 보듯 정책 목표와 수단 간 괴리가 늘 문제다. 이번에도 아동수당 대상 확대 등 선심의 폭은 커졌지만, 이를 위한 예산조정은 숙제로 넘겼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원조달 대책 등 로드맵은 여전히 부실했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가 아닌가.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도 좋지만, 청년세대 일자리난 해소가 급선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 국면이다. 저출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다며 국민의 세금 부담을 늘리다간 더 큰 재앙을 맞을지도 모른다.
문재인정부가 장밋빛 저출산 슬로건보다 예산집행의 우선순위와 경제활성화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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