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조끼’ 벽 부딪힌 마크롱 개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6 17:17 수정 : 2018.12.06 17:17

유류세 인상 포기했지만 反정부 세력 더 커져
각종 단체 줄줄이 시위 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수도 파리에서 전날 '노란조끼' 폭력시위로 부서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유류세 인상을 밀어부쳤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세기만에 가장 격렬했던 '노란조끼' 시위에 항복하고 인상을 포기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불붙은 대중의 분노가 정책 전반으로 번지면서 남은 임기 3년여 동안 국가 경쟁력 회복을 위해 당초 준비했던 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AP통신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궁 관계자를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내년도 유류세 추가인상 계획을 완전히 철폐했다고 전했다. 같은날 프랑수아 드 뤼지 환경장관도 현지 BFM TV를 통해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유류세 인상이 전부 폐기됐다고 발표했다.


■시위대 68혁명 이후 가장 격렬

이날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의원들과 만나 "이제 유류세(인상안)는 2019년 예산에서 빠졌고 정부는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마크롱 정부는 올해부터 화석 연료 퇴출 목적으로 경유와 휘발유에 붙이는 세금을 각각 23%, 15%씩 인상했으며 내년 1월에도 추가로 유류세를 올릴 예정이었으나 지난달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발생한 노란조끼 시위에 부딪쳤다.

프랑스 정부는 4일 발표에서 내년도 유류세 인상를 6개월 미루겠다고 밝혔지만 1일 터졌던 시위가 재발할 기미가 보이자 아예 추가 인상을 포기했다. 이번 시위는 프랑스에서 1968년 68혁명 이후 가장 격렬했던 시위로 기록됐다.

1일 시위 당시 주요20개국(G20) 회의 때문에 자리를 비웠던 마크롱 대통령은 귀국 후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는 내무부에 폭력시위 주동자에 대한 불관용 대처를 주문했지만 공식 성명을 내지는 않았다.

프랑스의 극우(국민연합), 극좌(프랑스앵수미즈)정당들은 8일 시위를 지지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신당에 대패한 기성 우파 공화당은 정부에 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했다.

■反정부 세력화된 노란조끼

그러나 지난 10월 페이스북에 마크롱 정부를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려 시위의 불씨를 깨운 자클린 무로는 AP를 통해 유류세 인상 철회 결정이 "불행하게도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노란조끼 시위대는 지난 3주간 유류세 인상 철폐를 외치는 수준을 넘어서 고속도로 요금소를 막고 임금과 연금 인상,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등 반(反)마크롱 정부 세력으로 바뀌었다.

또한 시위를 지켜보던 노조 등 각종 사회단체들은 이번에 뭉친 대중의 분노를 이용해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이다. 최대 농민단체인 프랑스 농업경영인 총연맹(FNSEA)은 5일 발표에서 공식적으로 노란조끼에 합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달 둘째주부터 농민들의 수입 향상을 위한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3대 노조중 노동총동맹(CGT)과 노동자의힘(FO)도 오는 9일 추가근무 삭감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학생단체인 독립민주고교생연합(FIDL)은 6일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마크롱 정부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친기업·복지 축소에 기울었던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시사했다. 벤자맹 그리보 정부 대변인은 5일 RTL 라디오에 출연해 부유세(ISF)를 부동산자산세(IFI)로 개편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정부는 외국인 투자 촉진 등을 위해 대규모 자산가의 자산 대부분에 부과하던 ISF를 부동산 자산 등에 한정 부과하는 IFI로 축소했으나 '부자 정권'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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