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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경제는 심리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6 17:04

수정 2018.12.06 17:04

[윤중로] 경제는 심리다

'문제는 경제다. 경제는 심리다.'

2018년 12월 대한민국의 현실과 가장 맞아떨어지는 문구다. 최근 나오는 경제지표들을 보면 경기하강이 완연하게 나타난다. 3·4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잠정 집계됐다. 2·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올해 연간 성장률 2.7% 달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국민의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줄었다. 청년실업률은 최악으로 치닫고, 물가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투자와 소비가 부진의 늪에 빠져 성장이 정체되고, 소득은 뒷걸음치는 모습이다.

2019년 전망은 더 우울하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 종전보다 0.6%포인트나 낮춘 수치다. 대부분이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혹한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상황이다. 분명 지금의 한국 경제는 위기다. 기업도, 소비자도, 투자자도 지금은 말 그대로 '복지안동(伏地眼動·납작 엎드려 눈알만 굴린다)'의 자세로 눈치만 볼 뿐이다. 이렇게 각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얼어붙어 있다는 점이 더 걱정스럽다.

한 달에 한 번 접하는 통계지표 가운데 소비자기대지수가 있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 후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를 조사해 지수로 표현한 것이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지금보다 경기가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아래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지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소비자기대지수가 100을 넘긴 달은 어림잡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불경기라고 느끼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내년은 호황이 예상된다'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이익보다 손실에 더욱 민감한 사람의 뇌 구조 탓일까.

하지만 이런 인식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내수경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때로 후퇴하고 정체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꾸준히 개선돼왔다는 설명이다. 지나고보니 호황이었던 2000년대 초중반 당시에도 경기가 좋다고 판단한 사람은 드물었다는 지적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이 열리면(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도) 경기가 좋아진다. 반대로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같은 사태가 터지면 경기는 고꾸라진다. 딱히 경제상황이 달라진 것도 없는 데도 그렇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금의 위기는 우연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저성장의 굴레에 빠져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한 방에 해결할 방도는 없다. 현 정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위기를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한겨울 날씨처럼 차가운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게 경제를 살리는 첫걸음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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